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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탄 리 Jun 14. 2024

서점/어떤 할머니

1

서점 통유리창 안으로 빛이 들어와 서점에 뽀얀 빛의 시냇물이 흐른다. 한 여자가 서점 안의 긴 나무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다. 옆 나무 책상에 작은 노트를 펼쳐놓고 책을 읽고 있다. 그녀는 계속해서 책장을 넘기고 뭔가를 쓰기도 한다. 또 일어서서 가판대 위의 새 책을 들춰보기도 한다. 그녀는 아마도 작가 같다. 나 역시도 긴 나무의자에 앉아서 책을 넘기다 메모를 하다를 반복한다. 아무도 우리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는다. 만약 그가 나를 놓고 가버린다면 나는 꽤 쓸쓸할 것이다. 오늘 처음으로 그를 봤음에도.


2

줄지은 아름드리나무들, 선선한 바람에 허릿춤을 흔든다. 오후의 빛은 대기를 가로질러 공원을 사선으로 비춘다. 정자 아래에는 할머니 한 분이 있다. 햇빛이 할머니의 등을 타고 내려온다.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는 그림자가 진다. 할머니는 비둘기들에게 먹이를 주며 뭐라 뭐라 말하고 있다. 내가 여기 다시 온 지 50년이 됐다. 그래서 주는 기다. 그 말이 꼭 노랫말 같다. 새우깡은 비둘기들 위로 떨어지고, 그림자 속에서 비둘기들은 과자를 쪼아 먹는다.


3

바람이 많이 불고 날씨가 추운 날, 하늘은 맑고 볕은 화창하다. 서점 창문 안으로 빛이 비둘기 날개를 펼치고 팔락거리며 들어와 창가에 내려앉는다. 빛은 서점 건너편의 은행나무도 그 너머의 용두산 타워도 목욕시킨다. 용두산 타워와 서점 사이에서 빛의 숨바꼭질을 하는 이들이 보인다. 낡고 오래된 상가 건물들. 그들의 몸에 칠해진 청록빛 페인트는 촌스럽지만 아름답다. 서점 안에는 총 세 사람이 원목 장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다. 나를 제외한 이들은 거의 미동도 않고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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