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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 Aug 25. 2024

모닝런 그 짜릿한 유혹

모닝런에 코를 끼우게 된 이유 

 겨우 깨어나는 것이 아니라 새벽과 아침을 스스로 깨우고 아침을 사는 사람들은 아마 대부분이 같은 생각일 것 같다. 모닝런은 '달리기'라는 운동의 달콤함도 있지만 '아침'이라는 한정되어 있는 자연의 시간이 주는 특유의 기쁨과 밝음, 그리고 짜릿함이 있다. 물론 그래서 모두에게 감히 쉽지만은 않은 시간이고 그래서 더 특별한 시간일 것이다. 모닝런은 우선 눈을 뜨고 아주 간단한 세수를 하고 양치하고 나서기만 하면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인상을 찌푸리거나 후회를 하거나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나갈 때는 매일의 컨디션이 다르지만 열흘 중 열흘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잠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날도 있고, 온몸이 아직 천근만근인 날도 있고, 왠지 배가 아프거나 속이 좋지 않은 날도 있고, 그냥 정말 너무 귀찮은 날은 수두룩하다. 그런데 나가서 나처럼 겨우 나온 사람들과 또는 혼자서도 한 발 한 발 억지로 콩콩 거리다 보면, 숨도 후후 쉬어 보다 보면, 거짓말처럼 그러나 신기하게도 어느새 새로운 챕터를 열어 달리고 있다. 적어도 움직이고 있다. 


 나는 매일 오전 6시 30분부터 뛴다. 그래서 5시 50분에 첫 알람이 울린다. 첫 알람은 내가 벌떡 일어나는 시간은 아니기 때문에 그 이후로 10분 에서 15분 정도의 텀을 더 계산하면 될 것 같다. 

사실 나는 아침형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저녁엔 늦게까지 깨어 있어도 생산적인 생각이나 일을 거의 하지 못한다. 그래서 모닝런을 이렇게 꾸준히 하기 전에도 회사를 다닐 때도 아침에 일어나서 명상을 하거나 요가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거나 그렇게 시간을 보내긴 했었다. 지금처럼 꼬박꼬박 매일은 아니었지만... 

모닝런을 하면서부터는 가끔 참석하던 참가자를 넘어서 주최자?를 하면서부터는 약속이라는 것과 책임감이 더해져 날씨도 컨디션도 어떤 일에도 상관없이 정말 큰 일이 있는 것이 아니고서야 꾸준히 아침 6시 30분을 지키게 되었다. 

원래 아침형 인간이긴 했으나 무슨 일에도 핑계 대지 않고 

6시엔 일어나 움직이는 사람, 나름 꼬박꼬박 아침을 주도하는 사람이 되었다. 


 정신없이 발목도 이렇게 저렇게 풀어보고 무릎도 좀 툭툭 쳐보고 허리도 돌려보면서 어떻게 만남의 장소까지 도착을 하면 사람들과 만난다. 어느 날은 나를 제외하고 한 분이 계실 때도 있고 어떤 날은 두 세분 또 금요일이나 주말 같은 땐 일곱 분 이상 나오미 계실 때도 있다. 우리 모두가 그 장소까지 얼마나 힘들게 왔을까 고작 5분 많으면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기 때문에 이 크루에 가입하셨을 테고 모닝런에 참석 버튼을 눌렀겠지만 우리는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우리 모두가 만남의 장소까지 오기까지 침대에서부터 몇 번의 다짐을 했으며 수십 또는 수백 개의 핑계도 떠올려 보고 취소를 눌렀다 다시 참석 눌러보기도 하고 스스로와 몇 번을 더 협상을 했는지 그 길이 얼마나 멀고도 험했는지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함께의 힘이란, 나와 같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에너지인지. 사람들과 마주치면 인사는 해야 하니 인사도 해 보고 뻘쭘하니 멋쩍은 웃음을 짓다 보면 신기하게도 그렇게 힘들었던 나와의 협상, 다짐 따위는 싹 잊어버리고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아 나 말고도 원래 그런 거지 뭐~ 사람 사는 것 다~ 똑같지 그럼~ 

 

 그렇게 뛰기 시작한다. 첫 1km는 두 다리가 돌처럼 무겁고 아직 척추도 부드럽게 풀리지 않아서 온몸이 뻐근한데 그냥 그렇게 뛴다. 햇빛이 뜨거워 모자 창을 아래로 푹 눌러서 눈곱이 다 떨어졌는지도 모를 두 눈을 잘 한번 가려본다. 2km 즈음되면 오늘 아침 습도가 어떤가 온도는 어떤가 감히 생각이라도 해 볼 정도의 정신이 든다. 3km-4km 이제 옆 사람들과 같이 농담 따먹기라도 하면서 까르르 웃기도 하면서 갑자기 정확하게는 뭔지도 모를 좋은 생각들이 많이 나는 기분이 든다. 도파민, 엔도르핀 뭐 이런 친구들 인 것 같다. 

땀은 온몸이 흠뻑 젖을 만큼 흐르는데 가끔 불어오는 바람도 시원하고 햇살도 왠지 예쁜 것 같고 비가 오는 날엔 조금씩 내리는 보슬비도 시원하고 기분이 좋다. 양 옆으로 서 있는 나무들도 꽃들도 분명 어제 봤는데 오늘은 좀 더 예쁜 것 같기도 하고 부정적인 생각일랑 껴들 틈이 없다. 오늘의 모닝런을 끝내기로 한 시간쯤 마치는 곳을 향해 뛰어가다 보면 어느새 '아 오늘도 했다' 하는 생각이 마지막 도장처럼 쾅! 시원하게도 찍힌다. 이 힘든 여정을 함께 한 크루원들과 오늘의 인증숏을 찍고 헤어질 때는 너나 할 것 없이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좋은 하루 보내세요' '오늘도 힘내세요'라고 인사한다. 

이게 모닝런 인 것 같다. 저녁에 뛸 때도 심지어 아침에 회사에 출근해서도 '수고하셨습니다' 또는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뭐 이 정도는 하지만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상대방의 하루가 좋기를 바라주는 인사는 하지 않는데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서로의 하루가 좋고 행복하기를 응원하면서 하는 인사라니. 정말 따뜻하고 기분 좋은 일이다. 이렇게 행복한 인사를 하는데 얼굴에 화나 짜증을 잔뜩 가지고 말하는 사람은 없겠지 당연히 서로 환하게 웃어주기까지 한다.


매일 아침 나를 깨워주는 알람 시계, 짱구야 알람꺼 를 외치며 일어난다.


 알람 소리에 꾸역꾸역 일어나 혹여나 지각할까 긴장하며 아침을 급하게 시작하는 것과 내가 아침을 깨우고 일어나는 그 순간부터 주도해 나가는 아침은 분명히 하루가 다르다. 일어나지 않아도 움직이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는 없을 시간이지만 조금 더 일찍 일어나 하루를 살아갈 몸과 마음을 생각의 컨디션을 준비하고 잘 정리된 상태에서 하루를 시작하면 똑같은 일정과 식사를 하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날이라 하더라도 왠지 조금이라도 아무렇게나 망쳐버리고 싶지 않은 애착이 든다. 끌려가는 아침이 아니라 내가 깨워 주도해 나가는 아침의 달콤한 선물일 것이다. 


 저녁에 회식이 있어 술을 한 잔 했거나 과식을 좀 한 날은 아침에 일어나는 게 많이 힘들긴 하다. 속도 터부룩하고 몸도 피곤하고 조금 더 자고 싶은 마음이 정말 간절한 아침이다. 하지만 그 잠깐을 참고 다시 6시 30분에 뛰고 나면 어느새 터부룩했던 속도 가볍고 전 날 섭취한 나트륨으로 띵띵 부었던 얼굴도 눈가 주변도 독소가 빠져 꽤나 봐줄 만한 상태로 돌아온다. 아침 달리기를 하기 전엔 아침에 부어있는 얼굴로 터부룩한 속으로 회사에 가서 쓰디쓴 아메리카노를 한잔 때려 넣고 소시지 같은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두드려보곤 했었는데 아침에 뛰기 시작하고는 띵띵 부은 얼굴로 아침 일정을 시작한 적이 잘 없었던 것 같다. 꽤나 규칙적으로 찾아온 모닝 화장실 시간은 근사한 더미 사은품이다. 


 아침을 깨운다는 것 쉽지 않다. 찰나를 참고 일어나서 몸을 움직이는 것을 넘어서서 아침을 일찍 시작하려면 그 전날부터 어느 정도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적당히 긴장한 상태로 잠자리에 들어야 하고 밤에도 최소 수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너무 늦게 잠들어선 안된다. 그런데 그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핸드폰을 잠깐 보고 있으면 한 시간 두 시간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기도 하고 퇴근하고 어떻게 얻는 자유 시간인데 하는 생각에 너무 빨리 지나가는 이 자유의 밤시간이 아깝기 때문에 우리 현대인들에겐 일찍 잠에 드는 것이 그리고 자는 시간 동안이라도 푹, 편안한 숙면을 취한다는 것이 정말 단순하고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조금 끈기를 가지고 장기간을 보고 꾸준히 수면 패턴도 맞춰보고 꾸준히 실패도 해 보면서 다시 의지를 다져본다면 보내 주기 너무 아까운 밤 시간만큼이나 어떤 일에도 꼭 확보해 낼 수 있는 소중한 아침 시간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약속이 잡힐 일도 회식이나 야근이 생길 일도 없는 아침이라는 시간은 내 의지만 있다면 약간의 준비만 있다면 어떤 순간에도 지켜낼 수 있는 온전히 나를 위한 나만의 시간이다. 


웃으면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건 소중한 일이다.

하루의 첫 시작이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 차면 하루의 반 그 이상이 지나갈 때 까지도 마음과 생각의 컨트롤이 어렵다. 생각해 보면 나는 아침에 쓰는 일기를 늘 좋아했다. 친구들 생일카드를 쓸 때도 편지를 쓸 때도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서 써 왔던 것 같다. 아침에 쓰면 술술 잘 써진다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아침엔 긍정적인 기운이 많아서였던 것 같다. 밤에 쓰는 일기는 왠지 오늘 하루 힘들었던 것, 지쳤던 것들이 비교적 많이 담겼고 아침에 쓰는 일기는 어제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지만 또 뭐 괜찮아질 것 같다. 이런 긍정과 극복의 흐름으로 썼다. 

그래서 아침은, 

웃으면서 시작하는 아침은, 

웃으면서 움직이면서 시작하는 아침은, 

웃으면서 달리면서 여러 곳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사람들과 서로의 하루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인사를 해주면서 시작하는 이 아침은 너무나 소중하다. 



모닝런은 짜릿하다. 

이 짜릿한 도파민 때문에 

나는 내 코를 모닝런에 쉽게 빠지지 않게 꽉 끼워뒀다. 


시간 여유가 좀 되서 한강까지 뛰고 오는 날은 기분이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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