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양한 맛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나는 ‘공씨아저씨네’라는 온라인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과일 장수다.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채 이 일을 시작한 지 벌써 7년 차에 접어든다. 막상 일을 시작해 보니 농산물 유통구조는 나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것 투성이었다. 사회에 만연해 있는 '외모 지상주의'가 농산물 시장에서도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큰 충격이었다. 그래서 나는 '크기'와 '모양' 중심이 아닌 과일 본연의 '맛'과 '향' 중심의 조금 다른 과일 유통을 시작했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홍옥'이라는 사과는 흔한 사과였다. 그러나 지금은 홍옥을 재배하는 사과 농가를 찾기가 어렵다. 홍옥을 어디서 구할 수 없냐는 손님들의 문의가 최근 몇 년 사이에 많다. 홍옥이라는 두 글자면 떠올려도 벌써 입에서 침이 고일 정도로 홍옥은 산미가 아주 강한 사과다.
강렬한 신맛이 매력적인 사과 홍옥은 이제 그 신맛이 강하다는 이유로 이 땅에서 거의 사라진 상태다. 그 자리를 적당히 새콤하고 많이 달콤한 후지(부사)가 점령하고 있다. 다양성이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는 대한민국 사회의 민낯은 농산물 분야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감귤 상황도 다르지 않다. 갈수록 신맛을 싫어하는 소비자들의 성향 때문에 감귤을 재배하는 농가에서도 산미를 낮추는 것이 감귤 농사의 핵심과제가 되었다. 몇 해전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만감류 '레드향'을 특성을 보면 최근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맛이 어떤 맛인지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제 감귤과 한라봉은 '신'과일로 소비자들이 인식하게 되었고 적당한(이라고 쓰고 낮은 이라 부른다) 산미의 레드향과 같은 과일이 점차 주목받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먹는 과일에서 신맛이 점점 약해지거나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껴본 적이 없는가? 정확한 원인을 무엇이다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외식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음식이 점점 단짠단짠으로 변해가고 있는 현실 그리고 산미가 적은 다디단 수입 과일이 많이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입맛도 변화하고 있는 원인이 한몫을 할 것이다.
새콤달콤한 과일들은 점차 달콤달콤한 과일로 변해간다. 이러다가 모든 과일이 설탕 덩어리도 변하는 것은 아닐까?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지만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그래서 오늘은 새코미와 달코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과일장수 7년 차인 나. 판매의 최전선에 있다 보니 갈수록 소비자들이 신맛을 기피한다는 것을 해가 거듭될수록 뚜렷하게 느낀다. 과일장수로서 과일을 판매하며 가장 힘들 때가 새콤달콤한 과일을 판매할 때이다. 신맛 때문인데 누구는 너무 맛있다고 하는데 누구는 시다고 불만을 제기한다.
맛있다 맛없다의 판단은 객관적인 데이터(당도와 산도의 수치)로 제시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당도와 산도로 맛을 완벽히 정의 내리는 것이 어렵다. 그리고 맛이라는 것은 주관적인 판단의 개입이 많아서 더 어렵다. 특히 신맛에 대한 역치[threshold value, 閾値]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기준을 잡기가 참 어렵다. 맛있는 과일 팔면서 되려 욕을 먹게 되는 경우가 일쑤다.
최근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높은 당도의 과일이다. 어느 정도까지의 당도가 나와야 인간은 만족할 수 있을지 가끔은 두렵기도 하다. 우리가 잘 모르고 있지만 사실 과일을 더 맛있게 느끼게 하고 과일 맛을 풍성하게 하는 것은 신맛이다.
그렇다면 새콤달콤한 맛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새콤달콤한 과일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당도(糖度)와 산도(酸度)이다. 당도와 산도는 절대적인 수치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그 비율인 '당산비(糖酸比)'이다.
당산비는 당 함량을 산함량으로 나눈 값. 즉, 단맛에 대한 신맛의 비율을 말한다. 감미비(甘味比)라고도 하여 과실이나 과즙의 감산미를 나타내는 것으로 품질평가에 사용한다. 과채류 그리고 그 과즙 제품의 식미에는 단맛과 신맛이 가장 주된 인자로 맛은 거의 이 둘에 의해 결정된다.
*당도(糖度; sugar content)
음식물에 들어있는 단맛의 탄수화물 양을 그 음식물에 대하여 백분율로 나타낸 것으로 쉽게 말해 단 맛의 정도를 표시하는 것이고, 과일의 경우 보통 Bx(Brix:브릭스)로 표기한다.
*산도(酸度;acidity)
산성의 세기를 나타내는 정도로서, 수소이온 농도 지수(pH)로 나타냅니다. 감귤 등 과일에서는 신 맛의 정도를 표시해 주는 값으로, 산함량(과즙에 함유되어 있는 유기산의 비율)을 말하며 백분율 %(퍼센트)로 표기한다.
*당산비 [ soluble solid-acid ratio, solid-acid ratio, 糖酸比, とうさんひ ]
- 당산비(감미비) = 당도 / 산도
예) 당도 15 brix 산도 1%인 한라봉의 당산비는 15
감귤류의 경우 당산비 값이 높을수록 달고 맛있게 느껴지겠지만, 산함량이 너무 적어도 감귤 특유의 상큼한 맛을 느낄 수가 없다. 진짜 감귤 맛을 아는 사람들은 당도 낮은 감귤도 싫어하지만, 유기산 함량이 낮은 귤을 더 싫어한다.
이를테면 당도 9 brix 산도 0.8% 의 감귤과 당도 12 brix 산도 1.1% 의 감귤은 모두 당산비는 약 10.9이지만 전자는 시지는 않지만 달지도 않은 한 마디로 그냥 그런 맛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반면 후자는 약간 새콤하긴 하지만 높은 당도 때문에 시다기보다는 새콤달콤 맛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산도가 높아도 당도가 뒷받침이 되어주면 상대적으로 덜 시게 느끼고 그 신맛은 기분 좋은 새콤함으로 다가와 좋은 청량감을 주는 요인이 된다.
신맛이 살아있지 않는 과일은
반쪽짜리 과일
그래서 내가 새콤달콤한 과일을 팔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우선 적정 당도가 뒷받침이 되는지의 여부 그리고 적당한 산도가 나올 때를 기다려 당산비가 어느 정도일 때 판매를 시작하느냐이다. 판매 시점을 결정하기 위해 감귤의 당도와 산도 측정을 제주도 서부농업기술센터에서 2~3차례 측정한다.
손님들이 경험치로 하는 이야기 중에, '처음 받았을 때는 시었는데 지나면 지날수록 맛있어진다'는 이야기가 많다. 당산비의 이야기로 풀어서 말하면 신맛이 있는 모든 과일들은 수확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산미는 조금씩 줄어든다. 그러니 시간이 지날수록 산도는 점차 낮아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당산비가 높아져서 더 맛있게 느껴지는 이치다. 당도가 올라가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신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밍밍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당산비'와 '신맛에 반응하는 사람마다 다른 역치'. 두 가지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새콤달콤에서 달콤달콤으로
최근 재배되는 과일의 품종 변화를 살펴보면 이러한 현상을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신맛이 강한 많은 과일 품종들이 사라지고 신맛이 적은 새로운 품종들이 등장하고 있다. 좀 더 다디단 과일을 찾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과일을 판매하며 느끼는 몇 가지 변화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여름 철 많이 먹는 과일 중에 하나인 천도복숭아. 천도복숭아는 백도에 비해서 특유의 산미가 있다. 7 월에 수확하는 ‘선프레’라는 품종은 유독 다른 천도복숭아 품종에 비해 산미가 강하다. 신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품종인데 최근 선프레 품종의 신맛을 낮춘 일명 '단프레' 품종이 농부들 사이에서 인기다. 묘목상에 묘목이 없어 농부들이 예약하고 대기를 해야 하는 판이다. 이 역시 갈수록 신맛을 싫어하는 소비자들의 성향이 반영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많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꿀심박힌 사과. 사실 사과 속에 박혀있는 ‘꿀'이라고 알고 있는 것은 '밀'이다. 밀병[蜜病, water core, glassiness]이라고 하는 사과 재배 시에 발생하는 일종의 생리장해 [physiological disorder, 生理障害, せいりしょうがい] 현상이다. 과당이 뭉쳐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부분이 더 달게 느껴질 수밖에 없고 사람들은 좋아하기 시작했다.
사과재배 농부 입장에서 보면 피하고 싶은 밀 증상을 꿀심박힌 사과로 마케팅하며 일부러 꿀심박힌 사과를 만들기도 하며 다른 사과보다 비싸게 팔기도 한다. 밀 증상은 사과의 저장성을 좋지 못하게 하는 단점이 있지만 사과재배 중에 발생하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 그냥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면 될 일이다. 좀 더 당도 높은 사과를 찾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이런 왜곡된 시장을 만들기도 한다.
반사필름에 대한 이야기는 A 그리고 b 편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반사필름을 사과 밭에 까는 큰 이유는 사과의 색을 빨갛게 만들기 위함이다. 그러나 결정적인 또 하나의 이유는 사과의 당도를 높이기 위함이기도 하다. 햇빛을 잘 받지 못한 사과의 아랫부분에 햇빛을 반사시켜 사과의 당도를 높이기 위함인데 실제 반사필름을 깔고 깔지 않고의 여부에 따라서 사과의 당도 차이가 1 brix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묻고 싶다. 반사필름을 깔아서 꼭 1 브릭스의 당도를 높여야만 하는지 말이다. 저 엄청난 양의 농업 쓰레기와 바꿀 만큼 당도 1 브릭스는 우리의 혓바닥에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후지 사과는 반사필름을 깔지 않고 키워도 충분히 당도가 높은 사과 품종인데 말이다.
제주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감귤밭의 바닥이 온통 하얗다. 눈이 와서 그런 걸까? 바닥에 깔린 천은 타이벡®이다. 미국 듀폰(Dupont)사가 개발한 합성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섬유로 땅으로 물이 흡수되는 것을 조절하고 빛을 반사시켜 감귤의 아랫부분까지 빛을 전달해서 고당도의 감귤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과실의 당도를 높이는 방법 중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수분 공급을 줄이는 것이다. 타이벡®을 사용하면 공기는 통과시키면서 빗물은 차단하여 나무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하면서 감귤의 당도를 높일 수 있다. 식물의 광합성이 보다 많이 일어나게 되고 이로 인해 생장이 빨라져 수확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다. 타이벡 농법으로 재배된 감귤은 일반 감귤보다 평균 2 brix 이상 당도가 높다. 당연히 시장에서 비싼 값으로 팔린다.
다행히 타이벡은 자연에서 생분해가 되는 소재라 환경오염의 문제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제주의 감귤 농부들은 늘 고민한다. 고가의 타이벡을 깔아서 좀 더 높은 가격으로 감귤을 판매할지 아니면 그냥 자연 그대로 키울지 말이다. 아쉽게도 감귤 시장 상황은 무관세로 전환된 미국산 오렌지와 경쟁해야 하는 최악의 분위기다.
우리는 과일을 왜 먹을까? 단순히 당분을 섭취하기 위해서 먹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단맛, 신맛, 짠맛, 쓴맛. 과일과 과채류에서 우리는 참 다양한 맛을 느낀다. 사과는 신맛과 단맛을 다 느낄 수 있고 대저 짭짤이 토마토는 신맛과 단맛 그리고 짭조름한 맛까지 난다. 청견과 같이 쌉쌀한 맛이 매력적인 과일도 있다. (참고로 짠맛은 단맛을 더 극대화시켜서 느끼게 한다는 상식은 보너스)
같은 새콤달콤한 과일인데도 감귤과 한라봉의 맛이 다르고 자두와 천도복숭아의 맛은 분명히 다르다. 뭔가가 다른데 그 다름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향(香)'이다. 코를 막고 양파를 먹으면 매운맛을 느끼지 못하고 코를 막고 감귤과 한라봉을 동시에 먹으면 맛의 차이를 구별하기 힘들다. 그만큼 과일 고유의 맛을 느끼게 해 주고 과일을 맛있게 느끼게 하는 것은 단순히 당도보다 향이다.
그러나 우리는 과일 맛을 이야기할 때 다양한 맛과 향보다는 오직 '당도'만을 이야기한다. 작년부터인가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포도 샤인머스켓. 수입산 포도의 영향으로 작년과 재작년에 국가적으로 포도농가 폐농 신청을 받으면서 많은 포도농가들이 사라진 가운데 샤인 머스켓으로 품종 전환을 해서 고소득을 얻은 농가도 있다.
현재 국내에서 재배한 많은 물량이 진한 단맛을 좋아하는 태국으로 수출된다. 샤인 머스켓은 골이 띵할 정도로 다디단 포도이다. 그러나 신맛이 없는 포도라는 점 때문에 선호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요즘 소비자들 입맛에는 잘 맞는듯싶다. 당도만 높고 산도가 낮은 새로운 품종들은 호불호가 나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와 젊은 층들의 반응은 '불호'보다는 '호'에 가까운 것은 분명한 듯싶다.
설탕을 먹어도 달다고
느끼지 못하게 되는 날이
이전 편에서 제철 과일 이야기를 하면서 설향 딸기의 스토리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드린 바 있지만, 우리나라의 딸기는 설향이 독점하고 있고 사과는 후지(부사)가 독점하고 있다. 다양한 품종의 과일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후지에도 다양한 품종이 있지만 그중에 최근 인기 있는 것은 당도 더 높은 미시마, 미얀마 등의 품종이다.
인류의 역사가 계속되는 동안 사람의 입맛은 변화하였고, 재배하는 작물도 변화하였다. 기호식품인 과일을 먹는 사람들은 좀 더 달콤한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변화는 어찌보면 당연할 것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조금 더 단 맛을 본 사람의 입맛은 기존의 것을 맛없는 것으로 치부한다. 후지(부사)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좋아했다. 홍옥을 재배하는 농가에서도 당연히 홍옥보다 후지(부사)가 더 인기가 있을 거라 생각했을 거다. 과감히 홍옥을 베어버리고 후지(부사)로 품종을 갱신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다. 홍옥이 이 땅에서 사라지는 것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사라지는 것들
원래 예전 시골에서 먹던 살구는 시고 많이 달지 않은 과일이었다. 그러나 품종이 개량되어 최근에 나오는 살구는 과거보다 크기도 더 커지고 단맛도 좋아져서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다. 예전 그 맛의 살구는 아니지만 이 땅에서 사라져 가는 살구라는 이름을 지켜가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도 있겠다. 때로는 기술의 발전이 사라져 가는 과일을 지키기도 한다.
과일은 품종별로 고유의 맛과 향을 지닌다. 동시에 식감 역시 과일의 맛을 완성시키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제 당도에 집착하는 욕망은 그만 접었으면 한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을 것이고 이러다가는 차라리 그냥 설탕을 퍼먹는 게 나은 시대가 오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
그리고 시장에서도 과일을 품종별로 표기해서 판매하는 방식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야 내가 좋아하는 품종의 과일이 어떤 것인지 찾아서 선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택권이라도 있지 않겠는가? 종의 다양성을 지킨다는 것이 꼭 우리의 토종 씨앗을 지키는 것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골이 띵할 정도의 당도 높은 과일을 좋아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같은 커피도 진하게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연하게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취향의 문제다. 물론 과일은 기호식품이고 달지 않고 맛있지 않으면 존재의 이유가 없기도 하다. 그러나 최소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다양성'은 시장에 존재해야 하지 않을까?
어떤 작물이 하나 잘된다 싶으면 너도나도 기존의 것을 베어버리고 새 작물에 뛰어드는 우리나라 농업인들도 일부 책임을 느껴야 한다. 결국 그것을 좇아야 수익을 좀 더 많이 내기 때문일 텐데 그러다가 그 작물이 포화가 되면 가격은 금세 곤두박질친다. 몇십 년 동안 반복되어온 우리나라 농업의 악순환이다. 물론 농민들을 부추기는 건 정부기관과 각 지역의 농업기술센터들이다. 언제까지 우리는 이런 획일화된 문화 속에서 살아야만 하는 것인지 과일장수로서 안타까울 뿐이다.
여러분의 혓바닥은 욕망의 혓바닥인가?
나는 이 땅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농산물의 외모지상주의를 깨뜨리기 위해, 아울러 농부들의 수고스러움에 대한 ‘가치’를 ‘같이’할 수 있도록 농부의 마음으로 농산물을 판매하려고 한다. ‘농사 안 짓는 농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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