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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씨아저씨 Dec 04. 2022

성난 흰 수염 어르신 유리딱새

2022.12. 4

저희 집은 지금의 아파트로 재개발되기 전에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였던 곳입니다. 18년 전 처음 이사를 왔을 때만 해도 꼭대기 지역은 그 형태가 일부 남아있었고 그 지역마저 얼마 후 아파트가 들어섰습니다. 덕분에 지대가 좀 높은 편이라 산새들을 비교적 쉽게 만납니다. 


그곳이 자주 가는 뒷산과의 경계에 있는 아파트가 되었는데 산책을 갈 때면 그 아파트를 통과해서 올라갑니다. 위치적으로 저희 집보다 조금 더 산에 가까운데 오늘 유리딱새 수컷 한 마리가 저와 탐조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탐조인은 못 보고 그냥 지나쳤지만 제가 발견했습니다. 역시 카메라보다는 쌍안경입니다. 



얼마 전 유리딱새 암컷이 며칠 동안 단지 안에서 예쁜 목소리로 공연하는 것을 관람한 적이 있는데 수컷은 집 근처에서는 처음입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우연히 마주쳤는데 유리딱새 수컷은 역시 예뻤습니다. 탐조인이 너무 보고 싶어 했었는데 드디어 오늘 소원을 풀었습니다. 정면에서 보면 수염 난 성난 할아버지 같은 모습을 하는데 그 모습마저 귀엽습니다. 


그 옆에서는 곤줄박이 한 마리가 나도 좀 봐달라며 재롱을 부리고 있습니다. 아차! 급하게 나오느라 땅콩을 놓고 왔는데 땅콩이 있었다면 제 손바닥 위에 바로 올라올 기세였습니다. 




뒷산에서는 오늘도 노랑지빠귀 몇 마리가 우리를 반겨주었지만 오늘도 개똥지빠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뭇잎이 다 떨어진 나무 위에 올라가 있을 때면 쉽게 눈에 띄기도 하지만 바닥에 내려와 앉을 때면 낙엽색과 구분이 잘 되지 않아 애를 태우기도 하는 지빠귀 들입니다.  




정말 너무 작고 빨라서 사진 한 장 제대로 남길 만큼의 틈도 허락하지 않았지만 굴뚝새 한 마리를 목격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쥐처럼 찍찍 소리를 내며 빠른 속도로 우리 앞을 날아갔습니다. 크기는 얼핏 봤을 때 상모솔새만큼 작았습니다. 저희 집 뒷산에서도 굴뚝새가 살고 있다니 올 겨울에 자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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