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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씨아저씨 Dec 24. 2022

1년의 탐조를 마감하며

2022.12.24

어제 아침에 탐조인께서 열이 나고 근육통이 있어서 병원 가서 독감 검사했더니 독감 맞다고 5일 자가격리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탐조하면서 보내기로 한 계획이 무산되었습니다. ㅠㅠ


이미 코로나 경력자라 자가격리가 뭔지는 잘 알죠. 아빠한테는 옮겨도 괜찮으니 거실로 나와서 같이 놀자고 했는데 형한테 옮기면 형까지 학교 못 가게 된다고 스스로 방으로 들어가서 셀프 자가격리 중입니다. 마음이 짠했는데 녀석~ 속으로는 아싸~하고 있는 거 같아요. 


심심할 텐데 뭐 하나 봤더니 영어 단어는 그렇게 안 외우면서 새 도감에 나오는 새들 이름 본인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테스트해본다고 A4지에 새 이름을 빼곡히 적기도 하고 그림을 배운 적은 없지만 새 그림 그리시느라 예술 혼을 불태우고 계십니다. 


블루투스 스피커 하나 방으로 가지고 들어갔는데 전 일일 DJ가 되어서 컴퓨터로 열심히 음악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찰리푸스 - AJR - 페더엘리어스에 이어 캐럴 좀 틀어달라는 요청이 방금 들어왔네요. 


얼마 전 탐조인 그림보고 이우만 작가님이 느낌 있다고 댓글을 남겨주셨는데 탐조인한테는 일부러 안 보여줬습니다. 그럴만한 실력이 아닌데 녀석 혹시라도 오해하고 자뻑하는거 아닌가 싶어서요. 충분히 그럴만한 넘이라... 며칠 전에야 제가 매거진에 올린 브런치 글보고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그림 드로잉 관련 책을 도서관에서 몇 권 빌리더니 요즘 그림을 더 열심히 그리고 있습니다. 


그린 그림을 몇 장 방문을 열고 쓱 밖으로 내미네요. 말은 안 했지만 얼른 사진 찍어서 올리라는 무언의 압박인 것 같습니다. 혹시 이우만 작가님 보실 수도 있으니 말이죠. 이우만 작가님은 탐조인들 사이에서는 세밀화로 유명하신 그림 작가님이세요. 세밀화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분이시죠.


청딱다구리


유리딱새와 쇠딱다구리


황조롱이 / 저어새 / 방울새


제 SNS개인 계정에 그림을 올리고 얼마 되지 않아 작가님이 댓글을 남겨주셨어요. 탐조인이 이 글을 보면 알게 되겠죠? 고맙습니다. 이우만 작가님...




아들 덕분에 탐조를 시작하고 그 과정을 기록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매거진을 만든 지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저도 어느새 어설프지만 탐조인 대열에 합류를 하였습니다. 아이들 때문에 탐조 시작했는데 부모님들이 더 열심히 탐조를 해서 이 바닥에서 이름을 떨치고 계신 분들을 종종 만납니다. 


1년 동안 주말이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거의 매주 주말 탐조인과 함께 집 근처에 있는 뒷산에 새를 보러 다녔고 저는 평일에도 사무실 근처 뒷산으로 산책을 핑계로 거의 매일 새를 보러 다녔습니다. 덕분에 뒷산의 4계절을 마음껏 만끽했습니다. 새가 제 삶을 바꿔놓았다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새를 본 이후에 인생이 달라졌습니다. 


다음 주에 사무실 이사를 하는데 근처에 새를 볼 수 있을만한 곳이 없어서 무척 아쉬운 마음입니다. 한동안 글을 자주 올리기 어려울 것 같아요. 아쉽지만 '아들과 함께 하는 우당탕탕 탐조기'는 50회를 끝으로 시즌 1을 마감하고 잠시만 쉬려고 합니다. 전문 탐조기는 아니지만 혹시라도 저처럼 처음 탐조에 입문하시는 분들에게 용기와 작은 재미를 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올 겨울에는 탐조인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천수만에 철새들을 보러 갈 예정입니다. 탐조는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고 조금 더 재밌는 소식으로 시즌2로 다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공교롭게도 오늘이 크리스마스이브네요.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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