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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이음 Oct 02. 2024

[자매성장소설] 01.엄마의 제안

중간에서 만나자




“이번에 붙는 사람에게 이 주택을 주마”

라는 내 말에 따라온 두 딸의 대답은


“괜찮은데…”

“증여세도 내줄 거야?”


…예상대로다.




 빨간 벽돌 옷을 입은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서울시 강북구 수유동의 한 골목. 나 60세 정청란이가 가진 다가구 주택도 이곳에 있다. 지금은 해가 막 기지개를 켠 시간, 가게 오픈 준비하러 나간 남편을 제외한 온 가족이 거실에 모였다. 철 지난 체리 몰딩, 이곳저곳 묻은 손때. 누군가는 촌스럽다 할지 몰라도 우리 집 ‘아저씨’가 ‘여보’였던 신혼 시절부터 지금까지 큰 고장 없이 우리 식구들을 지켜온 튼튼한 집이다. 이 훌륭한 집의 가장인 내가 장고 끝에 폭탄선언을 했건만. 딸들은 어째 진지하지 못하다. 흠, 농담이 아니라는 걸 알려줘야겠다.


“엄마 아빠는 이제 시골 가서 살 거다.”


“아, 진짜로?” 거실 바닥에 팔자 좋게 누워있던 둘째 호정이 이제야 지 어미 말을 믿는다는 듯 빠르게 몸을 일으키며 묻는다.


“근데 왜 준다 그래요? 엄마 명의로 두면 되잖아.” 낮은 테이블에 책상다리로 앉아 딸기우유를 마시던 첫째 다정이 우유팩을 슬며시 밀어내며 말한다.


“스물아홉이나 먹은 쌍둥이 두 딸년이 직업도 남편도 없으니 자극 좀 받으라고 이러지.”


“엄마, 여자로서 ‘년’이라는 욕은 쓰면 안 되죠.” 다정이 이 와중에 무서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꼬리를 잡는다. 우리 물러터진 첫째도 이럴 때는 단호해진다.


“엄마 시골에 집 있어?” 호정이 끼어들며 호구조사하듯 묻는다.


“있어, 딱 엄마 아빠 둘이 살 정도는 돼.”


“엄마, 29년을 여기서 다 같이 살았는데 갑자기 어딜 간다고 그래.” 다정이 한껏 처진 눈을 하곤 슬프게 말한다.


 그래, 다정이 입장에선 이 집이 스물아홉 인생 전부겠지. 난 아니다. 도시에 말뚝 박고 묵묵히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만사 오케이가 될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이곳은 미로였고, 난 결국 출구도 모르는 길 잃은 바보가 되어 있었다. 꼭 ‘두 딸이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만 비롯된 결심은 아니었다.


"이 집이 5억이다. 게다가 아래층 총각한테 매달 45만 원씩 받는데, 욕심 안 나냐?” 순진해빠진 우리 첫째 딸, 다정에게 묻는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난 계속 엄마, 아빠, 나, 호정이, 이렇게 이 집에서 행복하게 사는 게 더 중요해.”


“와… 언니. 진짜 이 집에서 계속 살고 싶어?” 지 언니가 대답하는 모습을 외계인 바라보듯 신기하게 쳐다보던 호정이 낮은 목소리로 묻는다.


“당연하지. 평생을 여기서 살았는데. 추억도 많고.”


“언니 진짜 물정 모른다. 설마 대한민국에서 부자 되는 유일한 방법이 부동산이라는 것도 모르는 건 아니지?” 호정이 쟤는 다정이를 저렇게 무시하면서도 꼬박꼬박 언니라고는 부른다. “근데, 그 부동산이 다 같은 부동산이 아니야.” 호정이 공작새 깃털 뽐내듯 으스대며 말한다. “아.파.트! 이깟 주택 팔아버리고 당장 아파트를 사야 돼.” 확신 어린 호정의 목소리에 다정이 할 말을 잃은 듯 거실 바닥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입을 연다.


“…이 집을 팔아?”


“당연하지!“ 호정이 귀찮다는 듯 대답하며 다정에게서 시선을 거두곤 빠르게 나를 돌아본다. ”엄마, 나 이번엔 진짜 붙을 거거든? 내가 자산 두 배로 불려볼게!”


“안돼!” 다정이 벌떡 일어나 주방과 거실 사이 기둥 앞으로 가 선다. 나무 기둥엔 하얀 빗금들이 쌓여 있다. 두 딸이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부터 키가 멈춘 고등학생 1학년 때까지 매 해 얼마나 자랐는지를 표시한 흔적이다. 맞아, 저런 게 있었지. 마주 앉은 손님들 사이에 서서 매일같이 삼겹살을 치익치익 구워댔더니 우리 집 귀한 자식들의 소중한 추억들까지 연기에 가려졌었나 보다.


“이거 봐! 이 집은 그냥 우리 인생이야. 이런 집을 판다고?“


다정이 묻든 말든 나에게 시선을 고정한 호정이 말한다.


“엄마, 그냥 지금 주면 안 돼?”


 우리 딸들이 이렇게 다르다. 쌍둥이라는 말을 쓰기 미안할 정도로. 아무리 이란성이라도 이럴 수가 있나? 내가 태교를 안 믿는 이유다.







계속.









-인물의 성격과 특징을 드러내기 위해 맞춤법에 맞지 않은 말이나 비속어를 쓰기도 했습니다.


-이 글은 픽션이며 사실과 다른 정보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완성도를 위해 끊임없이 수정될 예정입니다. 굵직한 스토리는 그대로 두고 표현이나 맞춤법 등만 손댈 생각입니다.






안녕하세요, 유이음입니다. ‘중간에서 만나자’는 마지막화인 24화까지 매일매일 연재될 예정입니다. 1화를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면, 작가 소개 옆 구독 및 알림 버튼을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다음화에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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