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에서 만나자
1화 보고 오기
대박! 드디어 주택 살이 해방이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자본주의엔 사유재산, 사유재산엔 아파트라 이거야. 엄마는 맨날 ‘주택 살면서 매달 월세 받는 게 최고다’라고 하시는데, 진짜 한참 모르고 하는 말씀이다. 그깟 푼돈 받아서 뭐 하게? 사람들 수요는 아파트로 몰리게 되어있다고. 이 놈의 집구석, 그동안 말 통하는 사람 하나 없어서 답답했는데 이제야 속이 다 시원하네!
아, 잠깐. 아직 붙을지 떨어질지도 모르는데 너무 설레발인가? 아니지 아니지, 이번엔 안 붙을 수가 없잖아? 지금까진 그냥 운이 안 좋았던 거지, 이젠 진짜 합격할 때 됐다 이거야. 내년엔 분명 이호정 공인노무사님이 되어있을 거라고!
보자보자, 9월에 시험 보고 합격하면 일단 주택 증여부터 받고, 증여세 빼면, 음… 그 가격이면 그래도 서울 구석에 소형 아파트 정도는 가능하겠지? 마이너스 통장 뚫어서 나중에 팔기 좋게 인테리어도 싹 다 하고, 거기서 드디어 혼자 살아보는 거야! 와 씨 너무 좋아 어떡해!!!!
아, 근데…
다정언니는 어떻게 하지?
솔직히 언니가 공모전에 붙을 리가 없잖아. 이대로라면 계속 백수일텐데 이 비싼 서울땅 어디 가서 독립을 해? 어휴, 그러니까 회사를 계속 다녔어야지. 평범하게 경영학과 나와서 광고일하던 사람이 갑자기 웹툰작가는 무슨 웹툰작가야? 만화가로 성공하는 게 일성전자 계열 광고대행사 들어가는 것보다 확률적으로 훨씬 어렵지 않나? 언니 다니던 데 남들은 못 들어가서 안달이던데 거길 대체 왜 제 발로 나왔지? 아, 공무원 때려치운 내가 할 말은 아닌가. 그래도 나는 달라. 계속 공부해 온 사람이니까 또 공부로 승부 보겠다는 거잖아. 목표도 확실하다고. ‘조직에 속하지 말고 내가 조직을 만들자!’ 그에 비해 웹툰작가는 너무 뜬구름 아니냐고. 아니, 정말로 작가가 된다 쳐. 작품이 팔려야 그나마 입에 풀칠하고 살 수 있지, 아니면 손가락 빠는 일 허다할텐데. 수입적으로나 직업적으로나 그 불안정성 도대체 어떡할 거야?
언니는 너무 낙천적인 몽상가야. 중2 때 아빠 사업 망하고 엄마가 삼겹살집 차렸을 때도 언니는 막연하게 ‘잘 될 거예요’ 응원이나 했지 실질적으로 도운 것도 없잖아. 내가 세뱃돈으로 업체 컨택해서 수유동 주민수만큼 전단지 만들어다 뿌리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회식은 무조건 ‘정이네 삼겹살집’으로 가라고 남몰래 영업 다 했다고. 일 더 해서 억울했다는 얘기가 아니라, 진짜, 걱정돼서 하는 말이다. 언니 은근 고집세서 지금이라도 그만두라고 말해봤자 통하지도 않을 텐데 어쩌지. 나 아파트 가면 언니 혼자 독립 절대 못할 텐데. 무슨 뾰족한 방법 없나? 흠…
아! 결혼이다!
언니는 이름처럼 정이 많아서 항상 사람을 고파하잖아. 친구는 몇 없으니 애인을 무슨 기간제 베프처럼 사귀던데. 작년 크리스마스 때는 지금까지 남자친구 몇 명 있었나 같이 세어보다가 포기했잖아. 그래, 계속 불안정한 직업만 탐할 거면 생활에서라도 안정을 찾아야 해. 요즘 2030 싸잡아서 결혼 안 한다 말 많지만, 늙어 죽을 때까지 혼자 사는 거?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됨. 그런 게 다 견고하게 짜여온 사회적 안전망인데 뭐 하러 걷어 차?
가만있어봐
어디 일등 신랑감 없나?
계속.
안녕하세요, 유이음입니다. '중간에서 만나자'는 마지막화인 24화까지 매일매일 연재될 예정입니다. 2화를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면 <라이킷과 댓글, 작가 소개 옆 구독 및 알림 버튼>을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다음화에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