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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는

[ 아빠의 유산 ] 49

by 정원에

사랑하는 아이야,


오늘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2차 세계 대전 때 악명 높았던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의 문장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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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꺼내어 한 글자 한 글자 꼭꼭 눌러쓰다 보니 그 문장이 묵직한 돌처럼 마음에 툭 떨어지는구나. 짧지만, 참 오래 머물게 만드는 문장이야.


이 문장을 쓰는 동안 아빠는 문득 너를 떠올렸어.

3개월의 실습으로 몸도 마음도 너무나 바쁠 네가, 일 년 가도 지갑에 있는 용돈이 그대로지만 유독 인형 뽑기 앞에서는 몇만 원도 아끼지 않는 네가.


게다가 얼마 전 너와 함께 했던 시간 동안, 자주 나누었던 ‘삶의 의미’가 그 짧은 문장을 다 채우고 있기 때문이었단다.


맞아. 우리는 종종 '삶의 의미가 무엇일까?' 하고 묻곤 하지. 마치 세상 어딘가에 숨겨진 보물이 있어서, 그걸 '찾기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말이야.


아빠도 젊었을 땐 그런 정답을 찾아 헤맸던 것 같아. '무엇을 해야 성공할까?',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걸까?' 하는 질문들 속에서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질문해 보고 싶구나.

‘내 삶과 관련된 모든 것들은 항상 의미가 있어야 하는 걸까?’


여기서 말하는 ‘의미’를 보통 사물이나 현상의 ‘가치’라고 해석한다면, 이 질문을 이렇게 바꿀 수 있겠어.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이 가치가 있어야 하는가?’


어때? 쉬지 않고 들이마시고 내뱉는 들숨과 날숨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어떻게 항상 의미 있고 가치로울 수 있냐는 말이지.


그런 의미에서 너는 아직 삶이 무엇인지, 의미가 무엇인지 완전히 알 필요는 없단다. 하지만 언젠가 ‘왜 살아야 하는가’를 묻게 될 날이 분명히 올 거야. 그때 이 문장이 작은 등불처럼 너를 비추었으면 좋겠어.


이 문장을 가만히 되뇌다 보니, 아빠의 삶에서 가장 큰 ‘의미’가 되어준 너의 얼굴이 떠올랐어.


솔직히 말하면, 네가 태어나기 전 아빠의 삶은 오직 '나'를 위한 것이었단다. 내 성공, 내 기쁨, 내 목표가 전부였지.


스무 해가 넘게 지난 지금도 ‘울보 아빠’라고 놀림을 당하곤 하지만, 그래도 기뻐. 네가 연약한 숨을 내쉬며 아빠 맨가슴살 위에 처음 안기던 그 순간, 아빠의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거든.


고민과 책임감은 때론 무겁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순간이 아빠의 삶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의미'를 부여해 주었어.

하루 종일 너와 씨름을 하느라 잠깐 잠에 떨어진 엄마를 대신해 서툰 손으로 기저귀를 갈고, 새벽잠을 설쳐가며 눈을 감은 채 우유병을 물리고, 네가 아플 때 밤새 곁을 지키던 그 모든 시간이, 나의 삶을 ‘아빠’라는 이름으로 가치 있게 만들어 준 거란다.

분명 그때 너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면서,

아빠가 퇴근을 했다는 것을,

밤이, 새벽이 되었다는 것을,

촉감으로, 소리로, 온기로 알았던 게 분명해.


그렇게 너의 존재 자체가 아빠에게는 ‘삶의 의미’였지만, 더 정확히는 너를 사랑하고, 너를 위해 헌신하고, 너와 함께 웃고 울었던 그 ‘행위’들이 아빠 스스로 삶의 의미를 채워나간 과정이었던 거란다.


‘이 작은 생명을 어떻게 잘 키워낼까?’

‘이 아이에게 어떤 세상을 보여주어야 할까?’ 하면서.

네가 크는 걸 보면서 아빠는 분명하게 체험했어. 고통이 없어서 행복한 게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살아야 할 이유’를 찾은 순간, 행복했었다는 것을!


그런 면에서 프랭클의 말은 이렇게 해석될 수 있어.


이 말은 '의미'는 주어지거나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과 태도로 스스로 창조해 가는 것이란 뜻이지.


한 마디로 ‘사는 이유’가 의미나 가치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이란다.


삶의 의미가 이미 완성된 형태로 어딘가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 '너' 자신이 능동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뜻이지.


너에게는 언젠가 힘든 날도, 이유 없는 허무함이 덮치는 날도 있을 거야. 그럴 때 아빠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단다.


하지만 이건 꼭 기억해 줬으면 해. ‘의미’는 네 밖에 있지 않아. 그건 네가 사랑하는 사람, 몰두하는 일, 작은 친절 속에서 스스로 빚. 어. 내. 는. 거야.


삶이 너를 시험할 때,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길까”보다

“이 일을 통해 나는 어떤 의미를 만들 수 있을까”를 먼저 물어보렴.


너를 시험하려 달려드는 고통은 너를 부수기 위해 오는 ‘파도’가 아니라, 너라는 ‘배’가 얼마나 단단하게 만들어졌는지 증명하고 더 멀리 나아가게 할 ‘바람’이 될 수 있단다.


아빠는 네가 너만의 ‘의미’를 부여하며 매 순간을 채우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결과보다 과정을 사랑하고, 성공보다 성장을 더 귀하게 여기면서

너 자신에게 가장 잘하는 사람이 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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