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오늘 아빠는 랄프 왈도 에머슨의 문장을 필사하다가, 문득 너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생겨 펜을 들었다. 아주 짧지만, 너무 단단한 말이야!
처음 읽었을 때는 이 짧은 문장에 왠지 기분이 상하는 것 같았어. 조금은 거칠게 들렸거든.
그런데, 옮겨 놓고 가끔 ‘부러움’이라는 감정이 올라올 때면 ‘무지’라는 단어를 계속 떠올리게 되었지.
그러다 보니 그의 진심이 와닿더구나. 그는 단지 ‘남을 부러워하지 말라’는 조언을 하려는 게 아니었어. 그것보다 삶을 대하는 깊은 ‘태도’를 일깨워 주는 말이더구나.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 그러면서 그들의 삶에 타의로 그리고 자의로 곁. 눈. 질 하게 된단다. 친구가 가진 멋진 물건, 더 좋은 성적, 혹은 다른 사람이 누리는 인기와 재능 같은 것들 말이야.
그럴 때면 우리 마음속에는 어김없이 ‘부러움’이라는 감정이 싹트곤 하지. 하지만 ‘그건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일 거야’라고 퉁치고 넘어갈 수는 없는 거란다.
왜냐하면 말이야. 그럼, 에머슨의 조언보다 훨씬 더 자주 들었을 이 표현은 어떻게 생각하니?
‘무지하면 용감하다.’
(원래는 무지보다 더 무지한 ‘무식’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무시하듯 말하지.)
우선, 이 표현부터 해석해 볼게.
‘무지한 상태’란 어떤 상황, 상대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거나 어렴풋이 알 때는 오로지 자신의 판단과 입장에서만 판단을 내리게 되지. 상황을 상대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봤을 때는 ‘용감’해 보일 수밖에 없으니까.
그럼, 다음은 에머슨의 짧은 문장을 해체해 볼게.
‘부럽다’라는 건 보통 내가 가지지 못한 것, 가 닿지 못한 것,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에서 출발해.
우리가 누군가를 부러워할 때, 그 사람의 전부를 아는 건 아니야. 보이는 건 언제나 ‘결과’이고, 그 뒤에는 우리가 모르는 과정과 고통, 선택의 무게가 숨어 있지.
화려한 무대 위의 빛은 찬란하지만, 그 불빛이 닿기 전의 어둠은 잘 보이지 않거든. 그 어둠을 모를 때 우리는 쉽게 부러워하고, 쉽게 자신을 작게 만든단다.
그 부러운 상황, 상대의 ‘결과’적인 것, ‘표피’적인 것, ‘가시적’인 것에 온 감각을 세워서 자기 관점에서만 빨아들이는 상태지. 그 상황, 상대의 ‘과정’에 대한 어떤 정보나 고려도 없이 말이지.
하지만 조금만 더 알고 보면, 사람마다 자신의 길과 속도가 다르다는 걸 깨닫게 돼. 그걸 아는 순간, 부러움은 이해로, 비교는 존중으로 바뀐다.
이런 의미에서 에머슨은 말한 ‘무지’는 쉽게 말해 ‘(그 상황에 대해, 상대에 대해) 전혀 모름’에서 나오는 미운 감정의 표현인 것이지.
그런 ‘부러움’에는 그 상황을 만든 상대에 대한 존중이나 진심 어린 박수의 감정은 없거나 세숫대야에 식초 한 방울 정도로 섞여 있을까 말까 하는 상태가 일반적이거든. 아빠는 여기까지 생각을 하다가 이 문장에서 두 가지 깊은 ‘모름’을 발견했단다.
첫째는 ‘타인’ 대한 무지야.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의 가장 빛나는 순간만을 본단다. 그 사람이 그 빛을 내기까지 어두운 터널을 얼마나 오래 걸었는지, 그 성과 뒤에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숨기고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해.
우리는 그 사람 삶의 ‘결과’만을 부러워하지만, 그 ‘과정’이 지닌 무게는 모르는 거지. 만약 우리가 그 사람의 고통과 노력까지 모두 알게 된다면, 부러움은 아마도 존경심이나 혹은 연민으로 바뀔지도 몰라.
둘째는, 그리고 이게 가장 중요한데, 바로 ‘자신’ 대한 무지란다.
내가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며 그 사람처럼 되기를 바라는 순간, 우리는 정작 '나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잊어버리게 돼.
너에게는 너만의 고유한 색깔과 향기, 너만이 걸어갈 수 있는 특별한 삶의 길이 있단다. 다른 사람의 삶을 흉내 내려고 애쓰는 것은, 세상에 하나뿐인 ‘나’라는 보석을 알아보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무지야.
사랑하는 아이야,
삶이란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경주가 아니란다. 각자가 자신의 속도와 방향으로 고유한 꽃을 피워내는 긴 여정이지.
아빠가 너에게 바라는 ‘삶의 태도’는 바로 이것이란다.
부러움이라는 뜬구름에 네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것.
대신 그 시선으로 너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너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찾아가는 것!
다른 사람의 밭에 핀 화려한 꽃을 부러워하느라, 정작 네 밭에 심어진 작은 씨앗에 물 주는 것을 잊지 마렴. 너는 너만의 속도로, 너만의 방식으로 가장 아름다운 너의 나무를 키워낼 수 있단다.
세상의 수많은 ‘좋은 것’들이 너를 유혹하고 남과 비교하게 만들지라도, 너는 언제나 ‘너 자신’이라는 가장 귀한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러다 보면 삶은 남을 닮는 일이 아니라,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될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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