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남의 장담이 아니라 나의 물음으로

[ 아빠의 유산 ] 51

by 정원에

사랑하는 아이야,


오늘 아빠는 책상에 앉아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다가, 문득 펜을 멈추고 한 문장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단다.


4 타인은 지옥이다.png


참 강렬한 말이지?

우리는 흔히 ‘현명하게 살아라’, ‘남들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되어라’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자랐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니체는 오히려 ‘자기 힘에 의지하는 바보’가 낫다고 말하고 있어. 아빠는 이 문장을 적으며, 이것이 내가 너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삶의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판단에 따라 움직이는 현자’란 어떤 모습일까.

그것은 실패하지 않기 위해 늘 세상의 정답만을 찾는 삶일 거야. 남들이 좋다고 하는 대학, 안정적이라고 말하는 직업, 칭찬받을 만한 선택들... 물론 그런 선택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결.정.의 주인이 네가 아니라 타인의 시선이라면, 아무리 성공한 삶이라 해도 껍데기뿐인 ‘현자’의 삶일지 모른다. 남의 지도를 들고 목적지에 도착한들, 그 여행이 과연 즐거웠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너를 너보다도 더 잘 안다고 네 앞을 가로막는 수많은 목소리가 외치는, 조언하는 소리들이 들릴 거야.


“그건 실패할 거야.”

“이게 너한테 맞는 길이야.”

“평범하게 살아.”


이런 말들은 때로는 친절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방심하면 너를 너 아닌 존재로 만들어 버릴 수 있지.



반면 ‘자기 힘에 의지하는 바보’는 조금 달라 보인다.


이 바보는 서툴러서 넘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남들이 보기에 어리석은 선택을 해서 손가락질을 받을 수도 있어.


지름길을 두고 굳이 험한 길로 돌아가느라 옷이 더러워질 수도 있지.


하지만 중요한 건, 그 길을 걷기로 결정한 것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점이다.


내 다리로 걷고, 내 눈으로 보고, 내 가슴으로 부딪쳐 얻은 상처는 남이 준 훈장보다 훨씬 값지단다.


아빠도 살아보니 그렇더라.

남들의 조언을 듣고 무난하게 선택했던 일들은 기억에 잘 남지 않지만, 내가 고집을 부려 무모하게 도전했다가 깨졌던 경험들은 오롯이 나의 피와 살이 되었어.

그때의 나는 분명 ‘바보’ 같았지만, 그 바보 같은 시간들이 모여 지금의 단단한 아빠를 만들었다고 믿어.


그 ‘바보’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안전하고 완벽한 선택만 골라 하는 사람보다, 비록 서툴고 어설퍼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사람이 더 진짜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말이야.


사랑하는 나의 아이야.

아빠는 네가 세상의 기준에 맞춰 춤추는 꼭두각시 같은 현자가 되기보다, 네 내면의 북소리에 맞춰 춤추는 자유로운 바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니, 넘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하지. 처음 춰보는 너만의 춤동작이니까. 너는 세상의 줄에 연결되어 그 줄에 의지한 채 춤추는 척 하는 인형이 아니라, 진짜 춤꾼이 되어야 하니까!


네가 스스로 고민해서 내린 결정이라면, 설령 그 결과가 실패로 끝난다 해도 아빠는 박수를 보낼 거야. 남의 정답을 베껴 쓴 100점짜리 인생보다, 비록 오답투성이라도 너 스스로 풀어낸 50점짜리 인생이 훨씬 더 아름답고 위대하기 때문이다.

아빠는 네가 ‘똑똑한 선택’을 하는 사람보다, 네 진심이 이끄는 방향으로 한 걸음 내딛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넘어져도 좋아. 그건 너의 발자국이 생겼다는 뜻이니까. 남들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길 위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현자’보다는, 스스로의 힘을 믿고 자기만의 방향으로 걸어가는 ‘바보’가 되자.


언제나 네 편인 아빠가.


https://blog.naver.com/ji_dam_


라이팅 레시피11.png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20화부러움은 가장 슬픈 무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