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ssy Images 1 "Reflets dans l'eau"
어느 가을 점심시간에는 그네를 자주 탔다.
그네에 앉아 오르내리며 커다란 은행나무 노란 잎이 바람을 따라 움직이고 그 작은 틈마다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하는 햇빛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무심코 드뷔시 영상 1집을 틀었다.
방금까지 보고 있던 하나의 장면이 일순간 잘게 부서지며 각 조각이 서로 다른 속도로 저마다 생명력을 뽐내며 생생하게 이야기하듯 압도적으로 나에게 꽂혀왔다.
하나의 장면에 갇혀 있던 모든 것을 소리가 해방시킨 순간이었다.
드뷔시 <영상>은 작품집 이름 그대로 영상, 파동으로 살아 움직이는 풍경화였다.
두려움이 느껴질 정도로 아름다운 순간, 시간은 멈췄고 영원이었고 나는 비로소 살아 있었다.
눈을 감고 손을 모아 나를 향해 새겨 넣었다.
지금 이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