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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균율 Oct 29. 2019

눈에 보이는 양자물리

거시 세계의 양자 물리학 (4)


앞 글들에서는 동일한 종류의 Fermion들이 서로를 밀쳐내는 순수한  양자 효과를 통해 거시 세계에서 흔히 보이는 물질과 물체가 가능해졌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기서는 이와 정반대의 성질을 가지는 Boson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 세계의 일상적의 물체들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Fermon들의 이런 배타적인 성질 때문이었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물체는 막상 양자적인 모습을 잘 안 보여주는데 비하여, 서로 뭉치기를 좋아하는 Boson들의 경우, 거시적으로도 잘 보이는 양자 현상을 보여주곤 합니다. 물론, 그 현상들의 근저에 양자 원리가 어떻게 자리하는지 이해하자면 더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하지만, 최소한 고전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현상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이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로 적절해 보입니다. 여기서는 가장 대표적인 경우인 레이저와 초전도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목의 사진은 초전도체가 밑에 있는 자석의 척력으로 공중에 떠 있는 모습입니다. 전기저항이 0인 이상한 물체라고 흔히 알려져 있지만, 더 정확히는 그 내부에 들어오려고 하는 빛에 질량을 주는, 생각보다 훨씬 더 이상한 물체이며, 이 효과는 강한 자석 위에서의 공중 부양을 가능하게 합니다. 출처: 캠브리지 대학 https://www.cam.ac.uk/research/news/cambridge-team-breaks-superconductor-world-record )

 



앞에서도 이야기하였듯이 이 세상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의 입자들이 있다. 물질을 만드는 Fermion들의 경우 두 개의 같은 종류의 입자 1,2가 하나의 양자상태 들어갈 수 없도록 전체 양자 함수가  


f(1)xg(2) - g(1)xf(2)


로 표현되는 한편, Boson라고 불리는 소립자들의 경우 그 반대인


f(1)xg(2) + g(1)xf(2)


로 표현된다. Fermion의 경우 f=g으로 놓는 것이 양자 함수가 사라지면서 불가능하게 되는 것에 비하여 Boson의 경우 f=g가 오히려 "장려"된다.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려면 f(1)xg(2) + g(1)xf(2) 이면서 f와 g가 서로 다른 경우와 f=g인 경우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양자 역학에서는 상태 함수의 제곱이 확률에 비례하는데, 이 두 가지의 경우 f*f=g*g=1, f*g=0이라는 양자 역학적인 산술을 사용하고 나면,

 

 (f(1)xf(2) + f(1)xf(2))^2 /  (f(1)xg(2) + g(1)xf(2))^2  = 4 / 2 = 2


가 됨을 알 수 있다. 조금 더 일반적으로 N개의 동일한 Boson을 한 가지 상태 f에 모두 구겨 넣는 상황과 N개의 서로 다른 상태, f,g,... 등에 넣어두는 상황의 상대적인 확률을 비교해 보면


N^2 / N = N


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즉 Boson은 자기들끼리 동일한 양자 상태에 모여 있는 것을 선호할 뿐만 아니라 입자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경향은 그 수에 비례하여 점점 더 강해진다는 말이다.




이렇게 군집을 선호하는 Boson의 양자 성질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물건이 레이저이다. 이제는 문구점에서도 파는 레이저 포인터를 하나 사서 켜보자. 보통의 광원과 달리 강렬한 붉은색 혹은 초록색의 빛이 한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현상을 볼 수 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광자가 Boson이기 때문이다.


특정한 분자들로 만들어진 시료를 사용하여 모아서 인위적으로 단색의 빛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데, 예를 들어 중학교 과학시간에 알코올램프에 스트론튬을 태우면 강렬한 붉은빛이 보이는 것을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단색광이 나오는 이유는 "태운다"는 화학반응에서 원자들이 모여 분자를 이룰 때 전자들의 양자 상태가 높은 에너지에서 낮은 에너지로 변하기 때문인데, 정해진 두 양자 상태 사이의 에너지 차이는 일정하므로 이 과정에서 발현되는 광자의 주파수는 일정하고 따라서 강렬한 색조를 가진 빛이 나오게 된다. 스트론튬의 빨간색, 나트륨의 노란색 등 말이다. 물론 정확히는, 한 가지 주파수만 나오는 것은 아니고, 여러 가지의 특정 주파수의 광자들이 나오는데, 그중 가시광에 해당하는 것이 하나쯤 있다는 말이 옳겠다.


물론, 빛이 나오는 데에 반드시 화학반응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화학반응은 원자들의 모여서 분자를 만들거나, 분자들이 모여서 다른 종류의 분자들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말하는데, 이는 전자의 양자 상태를 바꿀 수 있는 여러 물리현상 중 매우 제한적인 일부의 종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구 상의 많은 현상은 전자가 광자를 받아들여 높은 에너지의 양자상태에 들어갔다가, 다른 광자를 내보내면서 낮은 에너지의 양자 상태로 내려가는 두 가지 종류의 물리적인 변화에서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분자들이 재구성되는 경우를 화학반응이라고 하지만, 원자 혹은 분자의 종류는 유지하면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레이저의 가장 간단한 구조를 이해하고 싶으면 거울로 양쪽 끝이 막혀 있는 작고 기다란 "유리관"을 상상해보면 된다. 그 안에는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특정한 색의 광자를 내보낼 수 있는 가스 분자로 채우고, 이렇게 나온 광자들 중 특정한 방향, 즉 관의 길이 방향으로 움직이는 광자들만 두 거울 사에에서 반복적으로 움직이면서 축적되도록 하면, 그 안에 있는 동일한 분자들이 광자를 내보낼 때 이미 많이 모여있는 이 광자들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들을 만들어내려는 경향이 점차 강해진다. 이렇게 두 거울 사이에 축적되는 동일한 광자의 일부를 외부로 내보내면 빛이 일렬로 분사되는 광원이 만들어질 것인데, 이것이 레이저이다. 이런 레이저에는 물론 전원이 필요한데, 전원이 하는 일은 분자들에 에너지를 투입하여 이런 광자를 내보낼 수 있는 전제 조건을 만들어 주는데 불과하다.


그렇다면, 필라멘트가 빛을 내는 백열전구와의 차이는 무엇일까? 백열전구의 경우 전류가 텅스텐 필라멘트를 가열하면 빛이 나오는데, 이 경우 가열이라는 것 역시 그 금속 내부의 전자들이 높은 에너지의 양자 상태로 올라가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높은 에너지 상태가 한없이 유지되지 못하기 때문에 광자를 발산하고 조금 더 낮은 에너지로 내려오는 것이다. 그러나, 텅스텐과 같은 금속의 경우 그 안의 전자들이 개개의 원자들에 묶이지 않고, 금속 덩어리 전체를 돌아다니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전자들의 양자 상태들 사이의 에너지 차이가 너무 미세하여 사실상 연속적인 파장의 광자가 나올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다. 발현되는 광자들은 단순히 필라멘트의 온도에 의하여 결정되는 분포를 가지게 되며 수많은 파장의 빛이 뒤섞여 나오고, 따라서 빛의 색 역시 강렬한 단색이 아니라 모든 색이 뒤섞인, 흰색에 가까운 빛이 나온다.


한편 형광등의 경우 가스 분자들에서 나오는 특정한 주파수의 빛들을 사용하는데, 다만 이 빛들이 형광등의 표면에 발라진 "형광"물질을 거치면서 상대적으로 넓은 대역의 파장들로 변화되는 경우이다. 형광물질을 사용하여 빛의 주파수를 분사시키는 것은 대부분의 LED 조명 역시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전자의 양자 상태를 사용하여 빛을 만들어내는 방식에 관한 한, 레이저는 백열전구 > 형광등 > LED조명에 이르는 과정의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다만 LED가 오히려 레이저보다 늦게 발견되고 상용화된 것은 잊지 말자.


이전 글에서,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양자적인데, 거시적인 스케일에서는 그 양자적인 성질이 잘 보이지 않을 뿐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LED와 레이저 이야말로 실은 세상이 철저하게 양자적이라는 것은 눈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상들인 셈이다.




레이저에 비하여 실물을 볼 기회가 드물지만, 일상의 크기에서 양자 현상이 바로 보이는 또 다른 경우가 초전도체이다. MRI 혹은 자기 부상 열차처럼 매우 강한 자기장을 장기간 유지해야 하는 경우에는 초전도체로 만든 전선으로 솔레노이드, 즉 전자석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데,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0이라는 상상하기 힘든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자동차가 일단 출발하면 브레이크를 밟기 전에는 계속 일직선으로 등속 운동을 한다고, 즉 마찰에 의하여 속도가 줄어들지 않는다고 상상해보자. 만일 이런 자동차가 있다면 에너지는 출발할 때만 필요할 것이므로 엄청나게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초전도체로 전선을 만들고 이것들로 전자석을 만들어서 여기에 일단 전류를 흘리기 시작하면 전압을 계속 걸어줄 필요가 없이 전류와 이로 인한 자기력이 유지된다는 말이다. 이런 전자석은 일단 가동하면 자기장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가 필요 없으므로 강한 자기장이 필요한 기기에서는 이미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에너지를 덜 쓰는 것뿐만 아니라 열로 빠져나가는 에너지가 없기 때문에 기기가 스스로 발산하는 열 때문에 녹아버리는 부차적이지만 매우 중대한 문제도 해결한다.


그런데 왜 저항이 사라지는 이런 이상한 현상이 가능할까? 초전도라는 현상을 이해하자면, 전기 저항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순서일 듯하다. 저항은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무언가가 있어서 전압으로 지속적으로 강제하지 않으면 전자들이 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못함을 의미한다. 전자의 흐름에 방해가 있는 이유는 물론 곳곳에 있는 다른 물체들, 특히 핵들과 다른 전자들과의 산란 때문이다. 자전거를 빠른 속도로 타면 공기의 저항을 느낄 수 있고 페달을 멈추면 자전거도 결국 멈추어 버리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런데, 전자가 핵 등의 다른 입자들에 의해 혹은 자기들끼리 산란을 하는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에도 이야기하였듯이 이런 소립자들의 "크기"는 매우 작다. 수소 핵의 크기는 수소 원자 크기의 1/100000 정도이니 "덩어리"끼리 부딪히는 일은 사실상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실제로 산란이 일어나는 이유는 전하를 띈 이런 입자들 사이에 작용하는 전자기력에 기인한다. 소위 쿨롱 힘이라고 하는 인력 혹은 척력이 있을 터인데, 끌어당기건 밀쳐내건 전자가 일정한 속도로 움직여가는 것을 방해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러더퍼드가 원자핵의 크기가 매우 작다는 것을 알아챈 것 역시 일렬로 쏘아 넣은 전자가 얇은 금박 안의 핵의 전자기력에 의하여 산란되는 모양을 측정하면서 가능했던 것이다.  


따라서 진공 상태에서는 전기저항이라고 할 만한 현상이 없으나, 모든 물질은 원자, 즉 핵과 전자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통상적인 조건에서 물질 안에서 저항이 0이 된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 어떤 특정한 조건에서 전자기력을 매개로 하는 산란이 사라져야만 전기저항이 0이 되는 것이 가능할 텐데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초전도체들이 원자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구성 요소를 가진 물질로 만드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고등학교 물리를 배운 독자들은 전하들 사이의 쿨롱 힘이 거리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같은 독자라면 만유인력 역시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터인데, 전혀 다른 이 두 가지의 힘이 무슨 이유로 동일하게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지, 누구나 한 번쯤은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이에 대한 20세기 물리학의 대답은 "두 가지 힘이 모두 질량이 없는 소립자, 즉 광자와 중력자에 의하여 매개되기 때문이다"이다.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대학원 수준의 물리학을 거칠 수밖에 없긴 하다. 그러나, 대충만 이해하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우화"가 충분할지도 모르겠다. 하나의 물체가 N개의 광자를 뿜어 내었고, 이들 중 다른 물체까지 도달하는 광자의 수에 비례하여 쿨롱 힘이 만들어진다고 해보자. 그런데, N개의 입자들을 1미터 거리의 구면에 뿌린 경우에 비하여, L미터 거리의 구면에 뿌린 경우 입자들의 밀도는 1/L^2 만큼 더 작다. 이렇게 단순화하면 거리 L의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할 수 있는 힘은 L의 제곱에 반비례할 수밖에 없다. 조금 그럴 듯 해 보이는 이 말을 일단 받아들이자.


그런데, 만일 질량이 없는 광자를 m이라는 질량이 있는 다른 입자로 대치하려고 하면 무슨 일이 생길까? 이런 이상한 광자가 매개하는 힘은 거리 L의 함수로 어떤 모습을 보일까? 이제는 우화이고 뭐고 할 방법도 없으니, 그냥 답을 이야기하면 그 힘은


m*exp(-(m*c/h)*L)/L


에 비례하게 되는데, 여기서 h는 플랑크 상수로 알려진 자연 상수이다. 이는 이런 이상한 광자가 매개하는 힘은 그 유효 거리가 그 질량 m에 반비례하는, 소위 콤프턴 파장만큼에 불과하며, 이 거리 너머에서는 사실상 힘으로서 역할을 못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전자기적 산란에 의하여 생기는 전기 저항이 사라지는 초전도체의 상황을, 광자에 질량이 생겨 전자기의 힘이 무용지물이 되고 산란에 의한 저항이 무시할 만큼 작아지는 것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이렇게, 초전도체라는 이상한 현상의 근저에는 광자에 질량이 생기는 더더욱 이상한 현상이 있을 것임을 알아챈 것이 1935년의 Fritz London, Heinz London 형제이다.


광자에 질량이 생긴다는 이들의 제안이 근본적으로 옳은 설명이라는 것은 초전도체의 또 다른 성질에서 알 수 있는데, 즉 자기력선이 초전도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현상이다. 이를 마이스너 효과라고 하는데, 모든 초전도체가 보이는 성질이다. 간혹 뚫고 들어가는 경우도 있는데, 다만 자기력선이 뭉쳐져서 가느다란 대롱처럼 들어가게 된다. 광자에 질량 m이 생긴다는 말은 자기력선 B에 추가적인 에너지 밀도 m^2*B^2 가 필요하다는 말이고, 이는 자기력선을 아예 배제하거나 작은 실린더 안에 모음으로서 그 에너지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후자의 가능 여부에 따라 type I과 type II로 나누기도 하는데, 어느 쪽이건 간에 광자에 질량이 생겼다는 가설로 어렵지 않게 설명된다.


하여튼 위 이야기의 결론은 초전도체가 만들어지는 근저에는 그 물질 내부에서는 광자에 질량이 생기는 현상이 있고, 이제 이러한 상황을 미시적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해보자.




도대체 어떤 상황에서 질량이 없던 광자가 갑자기 질량을 얻게 될까? 원래 질량이 없는 소립자에 질량을 부여해 준다는 이야기는, 사실 물리학 덕후들이 최근 아주 많이 들어본 이야기이다. 표준 모형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소립자들에 질량을 만들어주는 소위 힉스 메커니즘이라는 기전이 있는데, "신의 입자"라고 회자되는 힉스 입자는 이 기전의 부산물에 해당한다. 특히 소립자 모형에서 이런 힉스 메커니즘은, W와 Z로 알려졌고 약력을 매개하는, 광자와 유사한 두 가지 종류의 소립자에 질량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특이한 것은, 표준 모형에 힉스 입자가 있어야 함을 예측하여 노벨상을 받은 Peter Higgs교수가 정작 그 근저에 있는 "힉스" 메커니즘의 창시자라고는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실은 그 이미 한잠 전에 Paul Anderson이라는 응집 물리학자가 초전도체를 비롯한 응집물리 상황에서 사용하였고,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Landau와 Ginzburg라는 두 러시아 학자들이 시작하였다는 것이 옳다. 이 노벨상의 진짜 원조들은 결국 London 형제의 주장, 즉 광자에 질량이 생긴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구현하려는 방법을 찾다 이런 기전을 발견한 것이다. 한동안 시끄러웠던 "신의 입자" 어쩌고 하는 이야기의 본질이 초전도체라는 거시적인 양자 현상과 매우 유사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힉스" 메커니즘의 근저에는 어떤 Boson의 군집 선호 성질이 있다.


"힉스"메커니즘을 유사하게라도 이해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흔히 수영장에서 걸어 다니려고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한다. 물속에서 걸으려면 평상시에 비하여 현저하게 더 힘든데, 이것은 물론 물분자가 내 움직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 상황을 물 분자들이 다 기화되어 증기가 된 상황과 비교해 보면, 후자의 경우 습한 공기 때문에 힘들긴 해도 몸의 움직임을 직접적으로 방해하지는 않는다. "힉스"메커니즘은 수증기가 물로 "응축"하여 물체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것과 유사한데, 따라서 무언가 특정한 소립자들이 잔뜩 모여서 생기는 현상이다.


물론 이 이야기를 설명을 위하여 만들어낸 이야기 이상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더 정확히는 전하를 가진 어떤 소립자가 "응축"을 하면 광자의 움직임이 이 응축된 전하에 방해를 받아, 사실상 질량이 생기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데, 이 "응축"이라는 것이 이 전하를 가진 소립자는 Boson이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며, 이는 위에 이 이야기한 대로 Boson의 군집 선호 성향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에 비하여 Fermion은 군집을 선호하지 않고 따라서 "응축"이 가능하지 않다. 초전도체는 핵자와 전자로 이루어진 보통의 물질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물질은 핵, 전자, 그리고 이들 사이를 움직이면서 힘을 매개하는 광자의 집합체일 텐데, 이중 광자는 Boson이기는 하지만 광자들 간에는 상호 작용이 없으므로 물론 자신의 질량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핵자들의 경우 물질의 크리스털 구조에 맞추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므로 역시 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상대적으로 가볍고 광자와 강하게 상호작용을 하는 전자가 무언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인데, 물론 Fermion이고 Fermion은 응축을 할 수 없으므로, 그 자체로 다른 소립자에 없던 질량을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초전도체는 1911년에 우연히 실험을 통하여 발견된 것인데, 1950년대의 소위 BCS이론 나오면서 반세기 만에 제대로 설명되었다. BCS이론은 전자 하나하나가 할 수 없는 일을 두 개씩 모여서 만드는 Cooper Pair라는 새로운 속박 상태가 대신한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전자는 모두 음의 전하를 가지므로 서로 강하게 밀쳐내는데, 어떻게 전자 둘이 만나서 속박 상태를 만들 수 있을까? 진공에서는 물론 불가능하지만, 물질 안에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된다. 


물질은 원자와 분자로 만들어져 있는데 물론 전하가 음의 전하인 전자와 양의 전하인 핵 사이에 정확히 상쇄되어 있다. 이런 원자로 만든 물체 안을 돌아다니는 전자는 다른 전자의 전하뿐만 아니라 곳곳에 위치한 핵의 전하도 느낄 텐데 이는 곳 두전자가 매우 가까이 접근하지 않으면 서로 간의 척력을 느낄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전자 사이의 척력을 중간에 있는 핵들의 인력이 평균적으로 상쇄하기 때문이다. 물론 척력이 없다고 속박 상태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BCS이론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전자 사이의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전자가 있으면 주변의 핵들이 조금씩 그 전자의 쿨롱 인력에 당겨지고, 그러다 보면 그 주변으로 잠시나마 양의 전하가 다른 곳보다 많아진다; 그러면 다른 전자가 이곳에 당겨지고, 이는 결과적으로 전자가 전자를 끌어당기는 효과를 내어 두 전자를 하나의 속박 상태로 묶는다; 실은 전자와 전자가 속박 상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자 둘과 이들에 이끌려서 조금씩 자리를 옮기는 핵들이 속박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전자쌍이 움직이면 핵이 따라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물질 안에 고르게 분포하고 있는 다른 핵들이 움직이는 전자쌍에 맞추어 조금씩 위치를 조정하면서 마치 전자쌍이 속박된 상태로 하나의 입자처럼 움직이는 효과를 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Cooper Pair는 Fermion두 개로 만들어진 셈인데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Boson이 될 수 있다. 두 개의 전자로 만들었으므로 전자 전하의 2배만큼의 전하를 가지는 Boson이다. 그리고 이들이 "응축"을 하게 되면, 광자에는 질량이 생긴다. 물론 전혀 상식적인 상황이 아닌데, 이런 일이 일어나려면 매우 특이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고, 특히 이 때문에 초전도체는 매우 낮은 온도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아무 물질에서나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Cooper Pair가 생긴다 하더라도 매우 불안정한 양자 상태일 수밖에 없어 이들이 "응축"하여 일정한 밀도를 갖게 되는 것은 사실 상상하기 힘들다. 어떤 물질을 사용하여야 하고 어느 온도까지 초전도를 유지하는지 예측하는 것은 지금까지도 연금술에 가까운 어려운 문제이다.




초전도체에 대한 이제까지의 긴 이야기를 정리해 보자. 음의 전하를 가진 전자라는 Fermion들이 양의 전하를 가징 핵들의 끌어당기고, 그 결과 이 핵들이 다른 전자를 끌어당겨 마치 전자와 전자가 서로 끌어당기는 효과를 내며, 이렇게 만들어진 전자쌍을 Cooper Pair라고 하는데 이 Cooper Pair가 Boson인 경우, 그리고 이들이 충분히 안정적이면서 "응축"을 하는 특이한 상황이 벌어지면, 물체 안의 광자에 질량이 생기고, 이는 곧 전하를 가긴 입자들 사이의 전자기력에 의한 산란이 최소화되어 전기 저항이 사라지는 효과를 낸다.


특히, 광자에 질량이 생기는 현상은 자기력선이 초전도체에 침투하기 어려워지는 마이스너 효과가 작동을 할 것을 의미하며, 이로 인해 초전도체를 강한 영구자석 위에 놓으면 초전도체를 피해 가야 하는 자기력선이 이 초전도체를 공중에 띄우는데, 그 결과로 제목에 보이는 사진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바닥에는 강한 연구자석이 놓여있고 그 위로 초전도 물체가 공중 부양을 하고 있으며, 안개처럼 퍼져 있는 것은 초전도를 유지하기 위해 투입한 액체질소가 기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보통의 초전도체는 20-30도 켈빈, 즉 영하 250도 정도까지만 초전도체가 유지되지만, 소위 고온 초전도체들은 약 100도 켈빈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액체질소 만으로도 그 초전도 현상을 볼 수 있다. 사진의 초전도체가 이런 류인데, 이런 "고온" 초전도체는 아직 전선을 만들만한 소재 중에서는 발견되지 않아 실제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MRI 등에 사용되는 초전도체는 4도 켈빈에서 액화되는 액체 헬륨이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사용 가능한 "고온" 초전도체를 찾는 것이 과학적으로 뿐만 아니라 상업적으로도 중요한 이유이다.




초전도체에 대한 이 긴 이야기의 중심에는 Boson이 되어버린, Cooper Pair라는 전자쌍의 "응축"이 있습니다. 초전도체의 근저에 있는 이 전자쌍의 "응축"은 근원적으로 레이저를 만드는 광자의 "응축"과 다르지 않고, 이 두 가지 현상 모두 이 글의 서두에 언급한 여러 Boson이 Fermion들에 비하여 전혀 다른, 순수히 양자 역학적인 모습에 기인합니다.


앞 글들에서 강조하였듯이 사실 인간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세상의 모습의 근저에는 양자 역학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글을 쓰는 노트북을 만드는 물질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구현하려면, 같은 종류의 Fermion들이 서로를 배타적으로 밀어내는 Pauli Exclusion 원리가 필수적이라는 이야기에서 보듯이 일상 자체가 양자역학에 의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런 세상의 모습이 양자 역학과 상관없는 고전적인 것이라고 착각을 해왔을 뿐입니다.


그동안 한 이런 이야기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의심 많은 분들이 있다면 레이저 포인터 하나 사서 켜보고 그 작동 원리를 고민해 보시라고 이 글을 씁니다. 우리의 세상은 우리가 아는 한 완벽히 양자역학적입니다. 100년 전까지는 이를 깨닫지 못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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