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만난 NY은 테이블 건너에서 한참 동안이나
내게 긴 얘기를 들려주고 있었지만, 내 시선은 자꾸만 카페 한쪽 벽에 걸린 흑백 사진의 액자로 향했다.
‘내 말 듣고 있어?’
‘어? 어…
근데 저 사진 말이야..’
가까이 이동해 들여다보는 중에 NY은,
‘나 여기를 알 것 같은데,,,’
유럽여행 패키지 인솔자로 5년간 일을 해 온 NY은
한참 생각에 빠졌지만 쉽게 기억해내지 못했다.
단서라고는 사진 속에 작게 쓰여진
Hotel peregrin.
혹시나 하고 구글 맵스에 입력하자 전 세계에 약 10군데의 호텔 리스트가 검색됐다.
‘맞다, 여기야. 체스키 크롬루프!’
NY은 확신했다.
액자 속 사진의 작가가 서 있었을 그 자리에 서서
‘Hotel peregrin’이라 레터링 된 벽에 렌즈의 초점을 맞추게 된 건, 그 뒤로 2년이 지난 어느 여름이었다.
6년 동안 여행 블로그를 운영하며 참 많은 이야기를 풀어냈고, 내가 그랬듯 나의 사진과 이야기에 끌려
여행지를 결정한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했다. 더러는 여행을 다녀온 후에까지 애써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다시 내 공간에 들러 긴 글을 남기기도 했고, 작은 선물을 보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기도 했다.
거창하게 누군가의 인생이나 삶에 좋은 영향을 끼치며 살고 싶단, 혹은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단지 내가 경험한 잊지 못할 이야기들과 여행 중 마주한 경이로운 순간들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글과 사진으로 전해질 수 있다면,
누군가의 일상이 조금 더 즐겁고 행복해지는 일에
내가 아주 조금은 기여하게 되지 않을까.
- Chesky Krumlov, Cze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