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낮게 뉘인 풀밭 가운데 눈높이를 맞춰 앉아
한참을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인 채 무념해진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오래도록 가슴 속까지 담아두고 싶다면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 소리, 온도, 바람에서 느껴지는 촉감을 우선 기억해야 한다.
잠시 나를 무겁게 하는 것들을 내려 놓고 눈을 감아 본다.
시시각각 급변하는 아이슬란드의 하늘이 두꺼운 구름으로 뒤덮이고 곧 방울방울 빗방울이 떨어진다.
이제, 떠날 시간이야.
그제야 카메라를 들어 오래 기억하고 싶은 이 순간을 담는다.
- Snaefellsnes, Ice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