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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은 Feb 23. 2024

영광의 상처

부치지 않는 편지01.

다음날, 방학을 시작한 둘째의 친구들과 키즈카페에 가기 위해 12시부터 걷기 시작했다.

걷기 전부터 눈이 오기에 투명우산을 쓰고 걸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눈이 와봐야 얼마나 오겠어? 하는 나의 생각은 빗나갔다.

투명우산에는 어느새 눈이 수북이 쌓여갔다.

우산에 쌓여가는 눈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영상을 남겨놓고 싶었다. 쌓인 눈을 주먹으로 있는 힘껏 치면 스트레스가 날아갈 것 같았기에.

그리고 싫어하는 사람을 눈이라고 생각하고 주먹으로 쳐서 날려버리면 통쾌할 것 같았다.


그래서 우산에 쌓인 눈을 있는 힘껏 쳤고 그 순간에는

쌓인 눈이 떨어지며 통쾌함으로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너무 과하면 오히려 독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싫은 감정이 사라지지 않아서 잠시 후 또 우산에 쌓인 털어내다가 결국, 나의 손에 상처가 났다.

내 안의 미움, 질투, 시기 등의 나쁜 감정을 표출하다가 상처가 난 것이다. 이렇게 다치고 나니 나쁜 감정을 이런 식으로 표출하는 것은 결국 나에게 이런 상처를 주는 건 나라는 걸 알았다. 우산 위의 눈을 조금만 다른 방법으로 털어냈다면, 걷다가 자연스럽게 눈이 떨어지길 기다렸더라면 이렇게 아프지 않았을 것이다.


며칠 전부터 내 마음에 미움과 시기를 심어준 이에게 편지를 쓰려 편지봉투와 편지지를 사다 놓고 있다.

감기기운으로 인해 아직 쓰지는 못했지만 오늘은 걷기를 마치면 집으로 가서 편지부터 쓸 것이다.


하지만 나는 편지를 부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아무리 좋은 말로 나의 의견을 전한 들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쁘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책에서 읽은 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링컨에게는 보내지 않은 편지가 있었다.

1863년 미국 남북전쟁 게티즈버그 전투에서 링컨은 현재 상황이 유리하니 공격하라고 했지만 당시 장군이었던 미드장군은 그 명령을 듣지 않았다.

이에 화가 난 링컨은 미드장군에게 비난의 편지를 썼는데 링컨은 그 편지를 부치지 않았다고 한다.


링컨은 왜 편지를 부치지 않았을까?

링컨은 비난의 단점을 잘 알고 있었을 것 같다.

비난은 다른 사람뿐 아니라 나 자신도 다치게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랬기에 링컨의 주변에는 언제나 협력자들이 함께 있었고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통치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비난을 멈추고 오늘도 길 위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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