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봄이 오고 있나 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과연 어리석은 걸까?

며칠 동안 오락가락 내리던 눈과 비가 그친 뒤,

날씨가 제법 따뜻해졌다.

하지만 완전한 봄이 오려면 조금 남았기에 그늘을 걸을 땐 바람이 차서 자연스레 햇빛이 비추는 양달을 찾아 걷는다.

완연한 봄이 오면 이 찬바람은 이제 당분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무더운 여름이 오면 이 찬바람이 그리울 것 같다. 유난히 눈이 많이 왔던 겨울날, 길을 걸으며 따뜻한 바람을 그리워한 것처럼.

우리 인생의 찬바람이 부는 시기도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찬바람이 부는 시기에는 언젠가 따뜻한 봄날이 올 꺼야 하는 희망에 기대어 쉴 수 있고,

찬바람이 부는 시기를 이겨낸 후에는 또다시 추운 겨울이 올 수 있다는 걸 이미 경험했기에 그 겨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지만,

한번 소를 잃어보아야 그에 대한 소중함을 알아서 더 단단한 외양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음지에서 양지로 한 발자국만 내 디디면 따뜻한 햇살이 온몸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봄이 오고 있다.

정말 코 앞까지 봄이 온 것이 느껴진다.

며칠 동안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올지라도 반드시 따뜻한 봄은 오고 만다.

올해 겨울, 처음 4시간을 걸어보았다. 그래서인지 내년겨울에 걷는 건 올해보단 순탄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

따뜻한 손난로, 장갑, 롱패딩등 겨울용품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잘 알았기 때문에.

근데 다가올 여름이 걱정이다. 나는 유독 더위에 약한 사람이라 아직 어떻게 무더운 여름날 걷기를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두렵지 않다. 외양간소를 잃어버릴 것 같아도 한번 부딪혀봐야지. 소잃를까 전전긍긍해도 무더운 여름은 반드시 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