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리폼을 하려고 가죽공방에 다니고 있다.
2013년에 사이판 공항면세점에서 구매한 G사의 지갑.
명품백이 가지고 싶었지만 그 당시 나의 형편에 명품백은 살짝 부담이 되었었기에 지갑을 사서 귀국길에 올랐다.
빨간 장지갑이 돈을 부른다는 말이 있어서 엄마에게 선물할 장지갑하나와 G사의 로고가 은은히 눈에 띄는 베이지색지갑하나를 샀다.
그런데 빨간 장지갑은 구매한 지 일주일 만에 찢어졌다.
매장에 가니 수선도 되지 않는단다. 명품인데 수선이 안 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안된다고 하니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물건들을 정리하려고 오랜만에 열지 않던 서랍을 열었다가 다시 보게 된 지갑.
그냥 버리기엔 찢어진 부분만 빼면 다른 부분의 가죽은 너무 멀쩡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공방에서 리폼을 시작하게 되었다.
1986년 8월 22일 태어나고 자라면서 ‘나’는 어떤 사람이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나는 나에게 키도 작고 얼굴도 못생긴 그리고 공부도 못하는 잘하는 것 하나 없는 그냥 그런 사람이었다.
한 가지 다행이었던 건, 그저 그런 나였지만 명품이 되고 싶은 욕심은 많아서 하고 싶은 것들은 많았었다.
그래서 걷기도 시작할 수 있었고 지금 이 글도 쓸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명품이 도대체 무엇일까?
명품. 이번에 리폼을 하며 이 명품도 대단히 것이 아님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이 명품을 다시 나만의 명품으로 재탄생시켜보려 한다.
세상에 하나뿐인 진정한 명품은 바로 나이니까.
매일 네 시간을 걸을 수 있는 나는 걷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명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