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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핼리 Halley Nov 20. 2023

평영, 왜 나를 부끄럽게 만드니

뻥! 뻥!!!! 뻐엉!!!!

중급반에 오고 드디어 평영을 처음 배우게 됐다.

다음 주부터 평영을 나간다는 강사쌤의 공지에 나는 기뻤다.


처음 배우는 영법이면 설명이 많을 테고, 설명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직접 수영하는 시간이 짧아져 덜 힘들 것이고, 그날은 난간 잡고 올라가지 않아도 되니 순전히 '육체적 편안함'만을 고려한 생각이었다.


평영 수업 첫날,

우리 반은 다 같이 수영장 풀에서 나와 하체만 수영장에 걸쳐놓고 상체는 바닥에 배를 깔고 누웠다. 


하나!

재빨리 허벅지를 몸 쪽으로 땡기는 동시에 발목에 힘을 주며 ㄱ자 모양을 만들었다.


둘!

굽힌 개구리 다리를 다시 폈다. 발목엔 여전히 힘을 주고 ㄱ자 모양을 만든 채.


셋!

다시 발끝을 모으며 준비 자세로 돌아왔다.


이렇게 10번 정도 구령에 맞춰 구분 동작을 한 뒤, 개인별로 30번씩 추가로 연습했다. 계속 엎드려 있다 보니 점점 복부에 압박이 가해지고 허리와 갈비뼈가 땡겼지만, 그래도 적당히 요령 피우며 수업에 잘 따라갔다. 약 15분 정도 기초 동작을 연습하고 다시 수영장으로 들어왔을 땐, 갈비뼈가 바닥에 계속 눌려서 숨이 잘 안 쉬어졌다. 그래도 얼른 회복하고 바닥에 엎드려 수십 번 연습한 평영을 물속에서 빨리 해보고 싶었다.


킥판을 잡고 줄을 섰다. 처음에는 강사 선생님이 한 명씩 발을 잡아 주시며 '뻥'하는 구령에 맞춰 발을 뒤로 쭉 밀었다.


'오! 앞으로 간다!'

별거 없네!

이젠 나 혼자 해보는 거야.


하나(다리를 떙기며),

뻥!(힘차게 둘, 셋)


...


다시.


하나... 뻥!


뻥!!!


뻥!!!!


왜 뻥 했는데도 앞으로 안 나가는 거야!

열심히 개구리 다리 만들어서 뒤로 쭉 폈잖아.

왜 앞으로 안 가고 가라앉기만 하는 거냐고...


제자리에서 개구리가 되어 용쓰는 모양새가 제법 추했다.


내가 계속 앞으로 못 나가고 있으면 뒷사람들한테 방해가 될 거 같아 자리를 비켜주며 뒤를 돌아봤는데,

나와 같은 제자리 개구리들이 쑥스러운 입꼬리를 보이며 헤엄치고 있었다.


'다행이다...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


어찌어찌 한 바퀴를 다녀오고 난 후,

실소를 머금은 강사 쌤께서는 다음 주에 다시 할 테니 시간 날 때 한 번씩 복기해 보시라며 다그치셨다.


쌤, 이렇게라도 복기해 보면 되는 거겠죠???


나는 했다.

근데 했다고 다음 주에 '뻥'을 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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