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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착서점 Nov 27. 2023

삐빅, 수영 중독입니다.

회사에서 하는 기지개는 페이크입니다만

수영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나름 열성적이다.

강습엔 웬만하면 빠지지 않고, 강사 선생님이 말씀하실 땐 옆으로 가 귀를 쫑긋 열고 듣는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일주일에 두 번. 무언가를 '한다'라고 하기엔 약간은 부족한 횟수. 목요일 수영 강습이 끝나면 금, 토, 일, 월 나흘 동안은 물에 들어가지 않는다. 더 많이 배우고 싶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주기적으로 헬스장도 다니는 나에게 주 2회는 딱 부담스럽지 않은 주기이다. 


막상 수영장에 몸 풀고 들어가서 두 바퀴만 다녀와도 헥헥대며 힘들어하고 시계 전광판을 쳐다보지만, 수영장에 가지 않는 날이면 괜스레 물이 그리워 폼을 잡아본다. 


회사에서 기지개를 켜는 척하면서 몰래 손을 포개고 어깨를 올려 배영 폼을 잡는다. 그러곤 소심하게 손 끝으로 깔짝깔짝 웨이브를 타본다. 화장실까지 가는 길에 주위를 둘러보고 사람이 없으면 괜히 업무 때문에 뭉친 어깨를 푸는 척 크게 팔 돌리기를 해본다. 이때 얼굴은 비스듬히 오른쪽으로 돌려 숨을 뱉는다.


어렸을 때 친구네 집에 가면 친구네 아버님이 항상 테니스 라켓을 들고 스윙 연습을 하고 계셨었는데, 이제야 그분의 마음이 헤아려진다. 운동이 업이라면 지겨워서 쉬는 날 쳐다도 보기 싫겠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매번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 채로 운동을 하다 보면 다음번 수업 때 더 잘하고 싶은 욕심으로 괜스레 폼을 잡아 본다. 프로는 경험하지 못할(어쩌면 너무 오래전이라 잊어버렸을) 아마추어만의 순수한 특권이랄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예습 복습을 하고, 수영 영상들을 찾아본다.


내일은 화요일이다. 센터에 가기 전날 밤, 출근 가방에 수영복을 싸는 마음은 어딘가 모르게 결연하다. 가봤자 아직 첫 두 바퀴는 킥판 잡고 발차기를 갔다 오고 평영은 앞으로 안 나가서 물속에서 개구리 발차기를 할지언정, 마음만큼은 올림픽 결승전을 하루 앞둔 국가대표 선수 뺨친다. 수건을 고이 접어 넣으며 머릿속으로 지난주에 배운 자세를 이미지트레이닝을 해본다. 내일은 좀 더 부드럽게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월요일 연재를 완성한 기념으로 괜히 기지개를 켜본다. 

스트레칭하는 척 두 손을 포개고, 턱을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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