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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니모카 Aug 27. 2023

시가 오지 않는 밤



조용한 집 안으로 오토바이 소리가 들어오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끊어질 듯 이어지는 대화소리가 들려오고

불 꺼진 어둠 속으로 가로등 불빛과 달빛이 스며드는 밤.


시가 오지 않는 밤이다. 


소음이 정적을 깬 것도 아니고

빛이 어둠을 자른 것도 아닌데

시는 오지 않는다.


잠들기를 포기하고 밖을 보니 슈퍼문이다.

미니문보다 14% 커 보이는 달이

미니문보다 30% 밝은 달이

시를 앗아갔다.


저리 달이 밝으면

현실이 갑자기 판타지가 되어버린다.

저리 달이 빛나면

시가 오지 않는다.


처서가 지난 이 밤

시 대신 달이 왔다.








사진  Erik Johans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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