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엔 빈야사, 저녁엔 evening flow를 들었다. 하루에 요가 두 탕은 꽤 힘들다. 쉽게 도전할 일이 아니다.
그래도 오늘 하루 알차게 썼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이 든다.
아침 일찍 일어나 Radiantly alive에서 9시 요가를 듣고, 건강한 음식을 먹자 싶어 발리부다를 들르고,
어느 때인지부터 커피 애호가가 된 나는 오늘도 커피 맛집을 찾아 나섰다.
문득 든 생각인데, 난 왜 이 나 홀로 여행이 심심하지 않은 걸까?
몇 가지 이유를 떠올려보면,
1. 먼저 우붓이라는 곳 자체가 심심한 곳이 아니다. 물론 짱구나 스미냑처럼 화려한 밤도 없고, 클럽도 없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곳곳이 카페에, 뮤지엄, 우붓 시장과 같이 눈요기할 쇼핑거리들이 많고,
우붓센트럴 쪽에 숙소를 잡은 덕에 모두 골목골목 걸어 다니다 보면 시간이 금세 흐른다.
2. 책을 들고 다닌다. 카페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으면 한국의 삶, 지인들의 삶, SNS 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외로움, 불안 등의 불안정한 감정이 들 것 같은데…
반면 책을 보면 반대의 상황이 된다. 핸드폰을 보고 싶은 충동을 줄여주고, 나만의 시간에 새로운 누군가와 대화하는 시간을 갖게 되니 말이다.
3. 노트와 펜 혹은 노트북을 들고 다닌다.
글을 읽지 않는다면, 반대로 쓰는 시간을 가졌다. 평소 삶에 쫓겨 생각해보고 싶던 것들 (심오한 것 아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것, 아님 지금 느끼고 있는 것, 혹은 친구들에게 편지 등)을 적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결국 스스로와의 대화였던 셈이다.
4. 규칙적으로 하는 일들이 있었다. 안식휴가다 보니 내리 잠도 자고 싶고, 정말 뒹굴거리고 싶었지만, 이번 여행이 어쩌다 보니 '요가'를 중심으로 하게 되어, 나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를 하고 바로 요가원으로 출발하는 규칙적인 삶을 살고 있다.
심심하다 싶으면, 내가 원하는 클래스를 찾아 또 들으면 그만이다.
요가 외에도, 커피 맛집을 찾아가 보는 일, 마사지를 받는 일 등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하루를 채워가다 보니 늘어지거나 할 일이 없어 고민스럽거나 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5. (여기에서만큼은) 눈이 마주치면 활짝 웃고 적극적으로 대화한다. 혼자 여행이 좋은 것은, 낯선 이들과의 대화를 할 일들이 더 많아진다는 점이다.
스쳐가는 인연과의 찰나의 대화이더라도 그것들이 쌓여 곧 내 여행이 되고, 이 시간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것이기에, 움츠러들지 말고, 조금은 텐션을 높여 밝고 적극적으로 웃고 대화한다.
evening flow를 들으러 요가센터에 와 기다리는 동안, 나는 한국에 있을 미래의 나에게 보낼 카드를 썼다.
이렇게 오그라드는 행동도 발리 한 달 살기라면 자연스럽게 가능한 일이 되기도 한다.
마치 얼른 보내라는 듯, 요가원 바로 옆에 우체국이 있다.
내일은 봉투에 넣어 주소를 적고 미래에 한국에 있을 나에게 보내봐야겠다.
(결국엔 발리 명절로 인해 우체국이 문을 열지 않아 실패… 하지만 미래의 내가 열어보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