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두번째 영화, 더 랍스터를 보고
그리 멀지 않은 미래, 솔로라는 이유로 색출당한 사람들은 45일 안에 짝을 이루지 않으면 동물로 변해 야생에 버려질 위기에 처한다.
포스터가 멋있어서 눈길을 끌기도 했지만, 이 영화를 보게 만든 결정적인 것은 설정이었다. 솔로 자체가 서러운데, 45일 안에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로 변한다니. 굉장히 파격적인 설정은 영화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였다. 이렇게 독특한 설정 하나를 밀고 나가는 영화를 좋아해서 재미있게 봤다. 항상 언급하게 되는 가타카나 트루먼쇼 같은 이런 영화들.
이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바람은 아내가 폈는데, 시설에 가게 되는 사람은 남편인 데이비드다. 솔로로 45일을 지내면 동물로 만들어 버리는 호텔로 이송된다. 호텔은 짝을 찾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도 하고, 생명 연장을 할 수 있도록 외톨이들을 사냥하도록 하기도 하지만, 45일이 지나면 여지없이 동물로 만들어 버린다.
이후, 호텔에서 사정이 생겨 탈출해야 했던 데이비드는 외톨이들만 모여 지내는 숲으로 가게 된다. 이 곳에서는 커플이 되면 엄벌에 처해지게 된다. 한쪽은 홀로 남겨지는 것이 죄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사랑을 하는 것이 죄가 된다. 그리고 영화는 당연하게도 짝을 찾아야 하는 곳에서는 내 사랑이 보이지 않아 고생을 하고, 홀로 남아야 하는 곳에서는 인연을 만나게 되어서 남몰래 사랑하기 위해 애쓴다.
호텔에서의 생활이 그려질 때, 한 가지 공감이 안 되는 점이 있었다.
“솔로들끼리 모여있는 데다 45일을 이렇게 보내면 동물이 되어버리는데, 왜 여전히 눈이 높거나 소극적인 걸까?”
그런데 영화 안에서 딱 그에 대한 답을 줬다.
감정이란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이 감추는 것보다 더 어렵다
정말 그렇다. 마음에 안 맞는 사람이랑 사는 것도 참 고역이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한부(?) 인생을 사는 그들이 왜 아무 하고나 연애하려고 하지 않는지 이해가 될 것 같았다.
영화는 독특한 설정과 피식 웃게 되는 블랙 코미디 덕분에 재미있게 볼 수 있었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시작과 끝이 좀 아리송하다. 결말은 일종의 열린 결말인 셈인데, 오프닝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처음에 나온 사람이 누구인지도, 왜 그런 행동을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해석할 여지를 남겨주는 점에서 결말은 나쁘지 않았는데, 도입부는 아직도 참 미스테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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