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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림공작소 Aug 15. 2019

벤 애플렉이 이런 감독이었어?

일흔다섯 번째 영화, 아르고를 보고


재미있을 것 같은데 어려워 보여서 손이 안 가는 영화들이 있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제로 다크 서티, 스파이 브릿지 등.. 전부 실화 기반이고 당시 국제 정세를 좀 알아야 이해를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영화들이다. 이런 영화들은 대부분 액션이 아닌 대사만으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당시 시대 배경을 알고 보면 더 빠져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벤 애플렉 감독 및 주연의 아르고도 이런 류의 영화다. 이 영화도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던 때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미국과의 갈등이 심한 시기의 영화다. 물론,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이런 일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 


결론부터 말하자면, 배경을 몰라도 이해하는 데에는 전혀 무리가 없고 굉장히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알면 더 재미있게 볼 수도 있겠지만, 주요 내용은 인질 6명을 안전하게 구출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소위 말해 똥줄 타는 영화다. 총질 한 번 없이도 얼마나 관객을 조여갈 수 있는지 보여준다. 마치 적군 한 명 등장하지 않고 총성만으로 긴장감을 조성한 덩케르크처럼. 이 영화가 긴장감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데 성공한 이유는 불확실성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인질들이 무사히 생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확실하게 할 수가 없다. 무적의 주인공이 등장하면 쏟아지는 총알도 전혀 위협적이지 않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시작하자마자 이란 시위대들이 거침없이 미국 대사관을 쳐들어오는 장면이 나온다. 이미 시위대는 감정이 이성을 앞선 상태라는 사실이 전제가 된다. 이후 크레인에 시신을 걸어놓거나 골목에서 바로 쏴 죽이는 장면도 나오기 때문에, 인질들 또한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6명의 인질 캐스팅도 적절했다. 적어도 나는 그 배우들이 전부 다 생소했다. 누가 봐도 주연급인 배우들이 없었기 때문에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 그래서 이 사람들이 무사히 생환활 수 있을지, 굉장히 집중을 해서 보게 됐다. 이런 감정은 톰 행크스 주연의 캡틴 필립스를 볼 때도 느꼈다. 그때는 반대로 해적 역할로 캐스팅된 배우들이 실제 해적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고, 마치 인질극을 생중계로 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아르고 또한 그런 느낌을 준다.


내용은 직접 보는 것이 좋기에 여기서 그만하지만, 감독에 대한 말은 빼놓을 수 없다. 벤 애플렉은 아마겟돈, 진주만 등으로 대표되는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는 챙겨봐야 할 배우였는데, 언제부턴가 잊혀졌다. 적어도 찾아보는 경우는 없었고, 보다 보니 “어라, 벤 애플렉도 나오네?” 정도였다. 그런 그가 감독이 되더니 레벨이 달라졌다. 3번째 연출작인 아르고로 아카데미 작품상, 각색상, 편집상을 받으며 정상급으로 올라섰다. 사실, 20년 전에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으며 영화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냈으니, 완전히 의외의 행보는 아닐 것이다. 벤 애플렉의 다른 연출작인 타운도 관심이 훅 커졌다. 예전에는 벤 애플렉 연출작이라서 물음표를 띄웠었는데, 이제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사람들의 평가처럼 제2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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