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림공작소 Jul 16. 2019

천재 예술가를 기리는 예술적인 헌정

예순여덟 번째 영화, 러빙 빈센트를 보고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해 아는 바는 별로 없지만, 이 영화는 굉장히 독특하다는 이야기를 들어 관심이 있었다. 애니메이션이라고 하긴 하는데, 공개된 이미지를 보면 이게 영화 이미지인지 홍보용 이미지인지 가늠이 잘 안 됐다. 영화를 보기 전에 자세히 안 알아보고 보는 편이라 이번에도 그랬는데, 미리 공부 좀 하고 봤으면 좋았을 텐데…


영화는 고흐가 동생에게 보낸 한 장의 편지로 시작한다. 동생 테오에게 전달이 되지 않아 직접 갖다 주기 위해 떠난 여정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고, 이때 만나는 사람들 간의 대화를 통해 고흐의 일생을 돌아본다. 미스터리를 쫓는 추적의 형태를 띠지만, 오히려 헌정이나 추모에 가깝다. 후반부로 갈수록 추적은 의미가 없고, 고흐가 어떤 인생을 살다가 세상을 등지게 됐는지 조명한다.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초반의 긴장감은 좀 줄어들지만, 그래도 그의 일생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또 다른 의미로 몰입이 된다. 또한, 단순히 긴장감이 줄어든다고 해서 깎아내리기엔 한 장 한 장의 그림이 예술이고, 그의 일생은 너무나 안타깝다.


이 영화는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오프닝부터 “이게 다 직접 그린 거라고?”라는 말이 튀어나왔고, 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아내는 중간중간 비슷한 지점에서 헛웃음이 나왔는데, 둘 다 내용 때문이 아니라 그림 때문이었다. 이걸 직접 그린 것이라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장인 정신이 깃든 작품이고, 표현 방식도 세련됐다. 현재 시점의 이야기는 고흐의 그림체로 그려냈고, 고흐 생전의 모습을 나타낸 플래시백 부분은 흑백의 정교한 그림체로 그려냈다. 고흐의 그림체도 놀랍고, 흑백으로 그린 굉장히 사실적인 묘사들은 정말 기가 찰 정도였다. 100명 이상의 화가가 10년 동안 만든 작품이라고 하는데,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것도 대단하고 실행시킨 것은 훨씬 더 대단하다.


처음에는 그림에 넋이 나가 정신이 없는 데다가, 초반부터 여러 등장인물이 나와 인물들 간의 관계가 잘 안 잡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부 고흐의 그림 속에 등장했던 인물들이라서, 사전에 그림 지식이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법했다. 빈센트 반 고흐라면 그저 별이 빛나는 밤, 해바라기, 자화상 정도만 알았다. 그가 자신의 귀를 잘랐고, 권총 자살을 할 정도로 성격이 괴팍한, 흔하다면 흔하다고 할 수 있는 “성격이 지랄 맞은 천재 예술가” 정도로만 알았다. 그리고 대표적인 올드팝인 Vincent 정도. (이것도 가사를 진작에 제대로 알아보려 했다면 좋았을 텐데)


영화가 끝날 무렵, Vincent를 오랜만에 들어봐야겠다 싶었는데 역시나 엔딩 크레딧에 흘러나왔다. 쿠키 영상이 없는데도 이렇게 끝까지 크레딧을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제작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가 따로 있다고 하는데, 이것도 기회 되면 봐아겠다는 생각이 든다. 


배경화면 다운로드 받기

아이폰 X (1125 x 2436), 16:9 고화질 (1080 x 1920) 이미지를 받으실 수 있어요.   

https://blog.naver.com/glim_gongjakso/221587250438




다른 매거진의 최신 글


이전 12화 벤 애플렉이 이런 감독이었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