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공모전 작업일지 1
글작가님과의 몇개월간의 회의 끝에 그림책에 들어가야 할 장면들이 정해졌다. 이제 본격적으로 그림책 공모전을 위한 그림을 시작해야했다.
나는 수작업으로 작업을 하기로 했기에 미술재료부터 사야했다. 작품에 필요한 전문재료를 사야해서 어림잡아 몇백만원이 들어가야했다.
얼마전, 그림책작가지망생들의 모임이 있었다. 그 모임원 중에 한 분이 자신은 그림에 들어가는 돈은 자기가 벌어서 내고 있다고 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어른스러워보였다. 멋져보였다. 내손으로 내 재료비는 사고 싶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자격지심이 나를 괴롭혔다.
잡코리아를 뒤지기 시작했다.
몇 년간의 짧은 강사생활을 정리해, 경력증명서를 모으고 이력서를 썼다.
우연히 방과후 선생님들이 모이는 까페에서 “강사되는 법”이란 강의가 개설 된 것을 보았다. 나는 주저없이 강의를 들었고 3군데 정도 이력서를 넣었다.
몸은 바쁘고 마음은 불안했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 누군가에게 확인받고 싶었다.
불안함이 턱 끝까지 왔을 때 남편이 소환되었다.
“오빠! 그림책 작업하면서 일주일에 하루 정도 강의하면 어떨까? 환기도 되고 괜찮지 않을까?”소소하게 그림재료비도 벌고...
“음...돈 벌지 말고 그림책에 집중해!!”
남편은 몇마디 더 보탰다. 팔팔한 20대도 아니고 꼭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도 아니고 조금 아껴 쓰고 돈 벌지말고 그림책이나 내라고. 내 이름으로 된 그림책을 내라고 말했다.
가슴이 뜨끔뜨끔하고 얼굴은 후끈거렸다.
갑자기 더웠다.
‘도망가는 나를 붙잡아 앉히는구나.’
강의하느라 못했다...
육아하느라 못했다...
핑계를 대지 못하게 핑계의 싹을 잘라버리는구나.
와…무섭다.
그 책임감의 무게가 정말 무섭다.
그 뒤로 강의관련된 일은 싹 접어버렸다.
그래...도망가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