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꺼펑이로 cover를 꺼펑이(?!) 하는 건 어떠세요?
꺼펑이[꺼펑이] 【명사】
: 물건 위에 덧씌워서 덮거나 가리는 물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
드립포트에 뜨거운 물을 담아 놓고
갈아놓은 원두 위로 천천히 물을 부을 때,
퍼지는 향을 느끼는 일이 일종의 쉼이지요.
좋아 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잠시 평화로운 시간이지요.
제목에 있는 사진을 보면,
커피 핸드드립용 포트(주전자)의 손잡이나 뚜껑에
예쁜 뜨개질로 만든 커버가 씌워져 있습니다.
저도 커피를 자주 내려 마시는 편입니다만,
제가 가진 드립포트에는 저런 커버가 없습니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지만
귀찮음에 늘 밀리고 맙니다.
이 귀찮음이 핸드드립의 평화를 깨트릴 때가 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이 평화가 깨지는 때가 언제냐하면
드립포트의 물이 바닥날 때 즈음
드립포트를 너무 기울여 뚜껑이 쏟아질 때입니다.
드립포트의 물 온도가 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뚜껑을 덮어놓고 포트를 사용하는데,
제가 가진 포트는 뚜껑이 안열리게 잡아주는 기능이 없습니다.
뜨거운 물 때문에 금방 뜨거워진 포트 뚜껑을
맨손으로 잡고 물을 붓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커피를 내릴 때마다
사진에 보이는 모양의 물건이 아쉬워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걸 사고 싶어도
저런 걸 어디서 구매해야할지 난감했었는데요,
검색을 하면 되지 않나 싶지만
뭐라 검색을 해야할지부터가 좀 막막했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검색해 보았습니다.
결국 ‘커버’라고 부르고 있구나 하는 것을 찾아냈지요.
찾고나니 당연해보입니다.
뭔가 덮어서 쓰는 것이니 ‘커버’(cover)로 통칭하면 되는 것이지요.
이런 생각을 언젠가 하고 있다가
사전에서 만난 단어가 ‘꺼펑이’입니다.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커버’와 ‘꺼펑이’는 뜻도 유사하고,
발음도 상당히 유사한 편입니다.
'덧씌워서 덮거나 가리는 물건의 통칭'이니까
핸드드립 뚜껑이나 손잡이 커버를
‘꺼펑이’라고 불러도 괜찮겠습니다.
게다가 통틀어 이르는 말이니만큼
여기저기 사용하기 편하고 좋은 우리말 단어입니다.
고려대 한국어사전의 예문을 보면
“불꽃이 꺼지지 않게 남포에 유리 꺼펑이를 씌워 바람을 막았다”라고
나와있습니다.
전등이나 전구의 유리막(?),
액자에 사용되는 투명막 등에도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같습니다.
말그대로 영어 단어 ‘커버’(cover)에 쓸 수 있는 곳에는
모두 ‘꺼펑이’ 이 단어를 쓸 수 있는 것이지요.
남도 지방에서는 ‘껍데기’의 의미로
‘꺼펑’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전복꺼펑’(전복껍데기)와 같은 식으로요.
당연히 관련이 있는 말이겠지요.
껍데기 같은 역할을 하는 물건을 가리키는 말로
‘꺼펑이’라는 말이 사용이 된 것 같습니다.
말은 여러사람들 사이의 약속 같은 것이라,
이미 들어와서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는
‘커버(cover)’를 대체하기 쉽진 않겠지만,
거의 비슷하면서도 우리 것인 ‘꺼펑이’가 있으니
이 단어가 사전에만 주저앉아 있지 않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사용해봐야겠습니다.
이쁜 드립포트 꺼펑이가 어디 없나 찾는 일은
또 귀찮음에 어느새 또 뒤로 미뤄져져버리겠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