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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짱이J Mar 19. 2022

#24 누나, 내 말 좀 들어봐.


누나,

    

육사시미 좋아해? 여기 육사시미 괜찮아. 내가 전에 홍대에 어린애들 바글바글한 데로 가봤거든? 인테리어만 힙하고 고기 퀄리티는 존나 별로여서 다신 안 가잖아. 술도 더 시킨다? 우리 아직 두 병밖에 안 마셨어.


누나, 근데 이렇게 보니까 진짜 이쁘다. 아니 어떻게 얼굴에서 빛이 나? 금가루 뿌린 거 같애. 맨날 길에서 번호 따이고 그러지, 응? 에이, 뻥치네. 대시를 안 받아봤다고? 누가 믿어. 자꾸 웃지만 말고.  

   

…아 왜 자꾸 나이가 들었대. 누나가, 스물일곱? 나보다 두 살밖에 안 많네. 아가네, 아가. 원래 여자는 나이들수록 매력적이야. 나도 연하보다 연상 좋아해. 어린 애들이랑은 못 만나겠더라.      


내가 전에 스무살짜리를 만난 적이 있단 말이야? 솔직히 미자도 아니고 그만하면 말도 통하겠지 했는데, 너무 찡찡거려서 힘들었어. 뭐만 안 되면 오빠 이거 안 돼, 쫌만 서운해도 왜 안 해주냐고 징징징. 첨엔 귀여웠는데 확 지치더라고. 내가 무슨 지 베이비시터도 아니고. 근데 누나들은 안 그러잖아. 존나 훨씬 어른스럽고 별 거 아닌 걸로 난리도 안 치고. 진짜 난 누나들이 더 좋아.      


…아니, 아니, 누나 그런 게 아니고. 당연히 힘든 거 있음 얘기하고, 위로도 하지. 내 말은, 누나들은 그래도 바로 안 징징거리고 한 번 더 생각이란 걸 하잖아? 말도 어른스럽게 하고? 무슨 뜻인지 알겠어? 아 그게 존나 매력적이라는 거야. 난 진짜 누나들이랑 있을 때가 훨씬 좋아. 서로 기대지도 않고 그런 거 말하는 거 아니야, 알았지? 오해하면 안 돼? 누나, 내 말 듣고 있어? 응?  


         

- 22년 1월 30일 일요일, 합정. 옆 테이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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