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웃음과
나의 기다림을 담아
곱게 빚은 추억이
두터운 먼지를 쓰고
주인 잃은 채 망가져 간다.
장난기 가득한
손짓으로
내 이름 밑에
이니셜로
Promise
나무 난간에
진지하게 쓴 낙서가
눈비를 맞고
갈라져
희미하게 지워져 간다.
맞잡은 손으로
내일을 약속하며
두 사람의
이름을 새겨 만든
빛나는 약속의 반지.
보고 싶지 않아
숨겨둔 침대 밑의
물건더미 속에서
때를 입은 체
다시는 사람의
체온 속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망가져 간다.
무엇이 꽃인지
사람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향기 가득한
장미 꽃다발
정성스레 말려
보관하기 좋게
상자 속에 넣어
내게 돌려주었지만
향기를 잃은 채
사랑받던
이름만을 남기고
봐주는 이 없이
서랍 속 어두운 곳에서
말라 부서져 간다.
금방이라도
튀어나와
나의 어깨를 잡아 끌 것 같은
컬러 사진
그 속에 너는
지금의 너를
온전히 부인하고 있다만
주인공이 빠진
연극처럼
맥 빠진 하루 속에서
색을 잃고 바래져간다.
망가져 간다.
말라간다.
부서져 간다.
바래져 간다.
그리고
무너져 간다.
완전무결한
사랑의 꿈과
너를 믿은
나의 젊은 시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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