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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Apr 04. 2019

믿겠어요

시집 - 기다리는 너에게

내일의

바람은 어디로

불어 가는지


오늘 밤

하늘의 구름은 

어떤 모양일지


나는

알 수는 없지만


오늘의 나는

당신을 믿겠어요.


두려워하고

의심하며

아픔을 

피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낭떠러지 끝에 서더라도

당신을 알고

오늘 내게 주어진

이만큼의 행복을

가지겠어요.


행복한 만큼

아프고

후회도 깊겠지만


이 아픔의 

끝에 흐르는 

눈물은


당신을 만난 그날

부터 예약된

행복의 대가일 거라고

생각해요.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당신마저

나를 떠나


싸늘해가는

늦가을 저녁을

기댈 곳이 없어진

그날에도


믿겠어요.


오늘 행복하기 위해

당신을 믿겠어요.


답답한 오늘도


알 수 없는 내일도


당신을 전부 알기란

어렵지만


버려진 쓰레기 더미에

나의 마음을

두고


오늘도 먼길을 떠나는

당신을 


나는 믿겠어요.


나를 잊고

흙먼지 속에

어깨에 맨 기억을

흘리더라도


오늘 나는 당신을 믿고

모든 것을 그 앞에 놓겠어요.


당신을 알고부터

내게는

모든 것이 오늘 하루를 위해

지금 이 시간만을 위해

존재해왔어요.


어둑해진

골목길을


혼자 올라가노라면


또다시 찾아온

후회가 두 다리를

휘감지만


믿겠어요

두려움 없이.


당신이 말한 

내게 온 이유와

내 앞에서

오늘 사라져 가는 이유를


그 오랜 헤맴 끝에

당신을 만나고

또 헤어질 어느 날에도


나는 믿겠어요.


뒷모습을 한 

그 발걸음 속에도


나에게 한 거짓말 속에도


두근대는 진실이 

조금은 남아있었다는 것을.


그 진실에 

당신도 한순간

행복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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