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르히아이스 Apr 08. 2019

망가져 간다

너의 웃음과

나의 기다림을 담아

곱게 빚은 추억이

두터운 먼지를 쓰고

주인 잃은 채 망가져 간다.


장난기 가득한

손짓으로

내 이름 밑에

이니셜로 

Promise


나무 난간에

진지하게 쓴 낙서가

눈비를 맞고

갈라져 

희미하게 지워져 간다.


맞잡은 손으로

내일을 약속하며

두 사람의 

이름을 새겨 만든

빛나는 약속의 반지.


보고 싶지 않아

숨겨둔 침대 밑의

물건더미 속에서

때를 입은 체

다시는 사람의

체온 속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망가져 간다.


무엇이 꽃인지

사람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향기 가득한

장미 꽃다발


정성스레 말려

보관하기 좋게

상자 속에 넣어

내게 돌려주었지만


향기를 잃은 채

사랑받던

이름만을 남기고

봐주는 이 없이

서랍 속 어두운 곳에서

말라 부서져 간다.


금방이라도

튀어나와

나의 어깨를 잡아 끌 것 같은

컬러 사진


그 속에 너는 

지금의 너를

온전히 부인하고 있다만


주인공이 빠진

연극처럼

맥 빠진 하루 속에서

색을 잃고 바래져간다.


망가져 간다.


말라간다.


부서져 간다.


바래져 간다.


그리고 

무너져 간다.


완전무결한 

사랑의 꿈과

너를 믿은 

나의 젊은 시절이...

이전 23화 지독한 사랑의 끝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