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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May 15. 2019

지독한 사랑의 끝


뒤에서 보면

그의 모습일까

두근거리게 되고


어쩔 줄 모르고

들고 있는

가방을 더 꽉 쥔다.


비가 내리는 것은

그날과 똑같은데

다른 것은 

이제 이 우산 속에는

한 사람만 남았다는 것이다.


잠을 잘 수 없었다.


식사를 할 수 없었다.


하루 종일 혼잣말로

들어줄 이 없는 원망을 했다.


넘치는 분노와 함께

잠을 깨고

하루가 끝날 때까지

혼잣말을 했다.


눈물을 참아서 일까

울음을 터트리기 직전의

벅차오르는 가슴으로 

해가 질 때까지 헐떡거렸다.


저녁이 되면

몸은 녹초가 되었다.


혼잣말 때문에 

목이 쉬었다.


모든 원망과

분노는 

체념으로 바뀌고


이틀 만에

먹을 것을 

입에 넣지만

이내 토해내고


방안에

갇힌 채로 지쳐

침대 위에

몸을 뉘었다.


옛날 생각이

눈앞에서

조롱하듯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살이 빠지는 게

느껴진다.


살이 빠지는 것인지

뱃속이 녹아드는 것인지


앙상해져 가는

몰골을 보며 

숨을 들이마셔 본다.


지워지지 않는

환영과 싸우며

자정을 넘어

새벽 동이 터올 즈음

겨우 잠이 든다.


모든 게 꿈이다.


현실이 아니다.


가짜다.


바람이 꿈이 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 할 때

갑자기 솟는

분노 때문에 꿈에서 깨어난다.


자기 전

감은 머리카락이

마르기도 전에

깨어나

또다시

뛰는 가슴을 주체 못 하며

원망과 분노의 하루를 시작한다.


그가 남기고 간 것.


그가 저지르고 간 것.


한 가지도 

피하지 못하고


한 가지도

잊지 못하고


그동안

억지로 참아온

눈물을 엎드려 흘린다.


눈물의 양만큼

그를 사랑했겠지.


사랑한 만큼

흐느끼는 소리도 커지겠지.


지독한 사랑


그 앞에서

나의 절반을 잃어버리고


다 녹아버린 

양초처럼

망가진 

몸을 이끌고

혼자 걸어 

어둠 속에 비틀거린다.


지독한 사랑의 결말이 있는

사랑이야기의 마지막 페이지를

아직 남겨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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