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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Jul 24. 2019

왜 사랑하세요?



세상은 나에게 

물어요.


왜 사랑하냐고.


그렇게 아팠으면서


다시는 못하겠다고

울었으면서.


늦은 밤

달이 훤한 골목길을


한참 뛰어와

숨에 찬 목소리로


더는 

할 수 없다고 했던 걸 

잊었냐고.


세상은 나에게

물어요.


왜 포기 못 하느냐고.


그렇게 부은 눈으로

왜 또다시 

길을 나서느냐고.


빈손으로 돌아온 날이

며칠인데 

아직도

그 얼굴엔 

그렇게 천진한 웃음만 남았냐고.


나는 세상에게

답해요.


이 몸도 

사랑하지 않고

살아갈 수 없다고.


모든 게 

거짓이라는 걸

알게 되더라도


그 모습

그 사람이 

아닌 것을 알아도


부지런히

뛰어가

목청껏 


이름을 부를 수밖에 없다고.


그렇게 묻는 세상에게

나는 답해요.


나도 

밤마다 끝이라고 

말하지만

아침이 되면

늘 

기다리게 된다고.


기다리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고.


지금껏 해온 

만남과 사랑들이

두 손에 모아 녹일 수 있는

작은 눈 조각이라고


봄날에

불면 날아갈

들판의 민들레 씨앗들 같다고


그렇게 생각 들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그런 내가 좋아서

멈출 수 없다고.


아픈 줄 

충분히 잘 알고 있어도

멈출 수는 없어요.


세상은 내게

물어요.


바라는 게 

그것뿐이냐고.


그 아픔

벌써 잊었냐고.


하지만 난 

두 손 저으며 

말해요.


아픔은

가슴속에 편자처럼

남아있지만


그런 기억도


언젠가 만나게 될

당신이 오게 되면

참았던 눈물과 함께

다 흘려

녹여보낼 수 있을 거라고.


그래서 당신이 필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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