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어찌
살아가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는
어찌할 것인지
묻지 마세요.
눈물은 얼만큼
흘렸고
고통은 얼마나
머물렀는지
당신에 관한 생각은
어느 정도 하고 있었는지
묻지 마세요.
볼에 패인 그림자
자연스럽게 웃어지지 않는 표정
눈동자 속에 보이는 의기소침.
그 안에 다 있어요.
지나간 시간도
그리움도
미련도
고통도
하나뿐인 약속까지.
묻지 마세요.
보지 마세요.
다가서지 마세요.
내 눈물을 아는 것처럼
그 많은 회환을
다 봐온 것처럼
그리 담담하게
흑백 웃음을 짓지 마세요.
다 부서졌어요
한겨울 내 기다리며
쌓아 올린
당신을 위한 전망대.
바다 넘어
파란 성이 있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비 내리지 않는
안식처가 보이는 하얀 등대.
모래성처럼
근저(根底)를 휘갈기는
파도에
뿌리째
흔들리고
큰 구멍이 생겨
모두 무너져 버렸어요.
묻지 마세요.
내 아픔이 무엇인지.
얼마만큼 인지.
다그치듯이
나를 흔들지 마세요.
나는
이 곳에 남아
부패해가는
미역 더미에
발이 묶인 채로
단지 해가 뜨는 곳만
지켜봐 왔어요.
파도가 물러가고
모래는 다시 반짝여요
그 험한 진동을
모두 잊은 것처럼.
묻지 마세요.
알고 싶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그렇게 단호하게
먼길을 떠나던 때처럼
당당하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세요.
정말로
내게 던진
말속에
진실이 있었는지
내가 던진
말속에
사랑 아닌 다른 것이
있었는지.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