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나에게
물어요.
왜 사랑하냐고.
그렇게 아팠으면서
다시는 못하겠다고
울었으면서.
늦은 밤
달이 훤한 골목길을
한참 뛰어와
숨에 찬 목소리로
더는
할 수 없다고 했던 걸
잊었냐고.
세상은 나에게
물어요.
왜 포기 못 하느냐고.
그렇게 부은 눈으로
왜 또다시
길을 나서느냐고.
빈손으로 돌아온 날이
며칠인데
아직도
그 얼굴엔
그렇게 천진한 웃음만 남았냐고.
나는 세상에게
답해요.
이 몸도
사랑하지 않고
살아갈 수 없다고.
모든 게
거짓이라는 걸
알게 되더라도
그 모습
그 사람이
아닌 것을 알아도
부지런히
뛰어가
목청껏
이름을 부를 수밖에 없다고.
그렇게 묻는 세상에게
나는 답해요.
나도
밤마다 끝이라고
말하지만
아침이 되면
늘
기다리게 된다고.
기다리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고.
지금껏 해온
만남과 사랑들이
두 손에 모아 녹일 수 있는
작은 눈 조각이라고
봄날에
불면 날아갈
들판의 민들레 씨앗들 같다고
그렇게 생각 들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그런 내가 좋아서
멈출 수 없다고.
아픈 줄
충분히 잘 알고 있어도
멈출 수는 없어요.
세상은 내게
물어요.
바라는 게
그것뿐이냐고.
그 아픔
벌써 잊었냐고.
하지만 난
두 손 저으며
말해요.
아픔은
가슴속에 편자처럼
남아있지만
그런 기억도
언젠가 만나게 될
당신이 오게 되면
참았던 눈물과 함께
다 흘려
녹여보낼 수 있을 거라고.
그래서 당신이 필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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