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란
쌓을 수는 있어도
가슴에 새길 수는 있어도
지울 수는 없는 것.
쌓여갈 때마다
더 많이 믿고
더 많이
보고 싶어 지는 것.
지울 수만 있다면
이 모든 것이
일어나기 전으로
어떤 행복조차
경험하지 못한 것으로
돌아가
너를
선택하기 전
단순히
담담하게 바라보던
시절의 나에게
어떤 미래가
기다리는지
짐작조차 못하는
한없이 선량했던 시절의
나에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말 함부로 하지 말라고.
모든 것을 돌이켜
닫힌 마음이 열리기 전에
그 마음
단단히 동여매고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다그치며
밖에 열린 햇빛을 보려는
과거의 나를
붙들어 앉힐 텐데.
하지만
아프게
아프게
시간이 흐르면
그 가운데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지울 수 없는 기억은
다만 아프지 않게
느낄 수 없게
먼지 쌓여
보이지 않게
만들어두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지금의 벌어지는 일들을
바라만 봐야 하는데
그 일들이
너무 기가 막히고
상상에도 본 적이 없는 것들이라면
또 이렇게 말한다.
그 말 함부로 하지 말라고.
사랑할 수 있다고
잊을 수 있다고
시간이 지나면
치유된다고.
미래를 위해
지금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고...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