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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Aug 19. 2019

그 말 함부로 하지 말라고

기억이란


쌓을 수는 있어도

가슴에 새길 수는 있어도


지울 수는 없는 것.


쌓여갈 때마다

더 많이 믿고


더 많이 

보고 싶어 지는 것.


지울 수만 있다면

이 모든 것이 

일어나기 전으로


어떤 행복조차 

경험하지 못한 것으로

돌아가


너를 

선택하기 전

단순히 

담담하게 바라보던 

시절의 나에게


어떤 미래가 

기다리는지 

짐작조차 못하는

한없이 선량했던 시절의 

나에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말 함부로 하지 말라고.


모든 것을 돌이켜

닫힌 마음이 열리기 전에

그 마음

단단히 동여매고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다그치며 


밖에 열린 햇빛을 보려는 

과거의 나를

붙들어 앉힐 텐데.


하지만  


아프게

아프게


시간이 흐르면


그 가운데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지울 수 없는 기억은


다만 아프지 않게


느낄 수 없게


먼지 쌓여 

보이지 않게


만들어두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지금의 벌어지는 일들을

바라만 봐야 하는데


그 일들이 

너무 기가 막히고

상상에도 본 적이 없는 것들이라면


또 이렇게 말한다.


그 말 함부로 하지 말라고. 


사랑할 수 있다고


잊을 수 있다고


시간이 지나면 

치유된다고.


미래를 위해

지금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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