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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Aug 17. 2019

이런 게 사랑?

따가워서

갑자기 눈뜨게 된

어느날 아침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


우중충한 

이른 오후의 

깜빡이는 해가 

창문 밖을 들락일 때


알 수 없는 허전함을

통해 알게 되는 것.


모든 것인 줄 알았는데


그것 없이는 

살수 없는 것인 줄 알았는데


완전하게 단절하고도

뻔뻔하게 한참을 

숨 쉬고 있는 지금 이 시간.


가파른 언덕을 

한번도 쉬지 않고 뛰어와

품안에 담고 싶었던 


눈물 속에도

그 모습이 흐려지지 않았던

또 다른 나.


기다리고 

또 기다려

만났어도


그게 내 꿈인 줄

모르고


두 손 가로 저으며

스쳐가도록

내버려두었던

어리석음.


이 모든

답답함을

깊은 눈으로

지켜만 보고 있는


한 걸음 

내 앞에 선

빛바랜 초상화.


이른 아침 

현관 앞에 놓인

신발 두 짝.


아직 마르지 않은 우산 하나.


나를 재촉하듯 

재잘거리는 

탁상시계 초침 소리.


잠이 덜 깬 

반쯤 감은 눈.


사진처럼 

멈춰진 시간


현관문을 열 때

안기는 차가운 바람.


이런 게 사랑...


이런 게 뒤늦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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