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가워서
갑자기 눈뜨게 된
어느날 아침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
우중충한
이른 오후의
깜빡이는 해가
창문 밖을 들락일 때
알 수 없는 허전함을
통해 알게 되는 것.
모든 것인 줄 알았는데
그것 없이는
살수 없는 것인 줄 알았는데
완전하게 단절하고도
뻔뻔하게 한참을
숨 쉬고 있는 지금 이 시간.
가파른 언덕을
한번도 쉬지 않고 뛰어와
품안에 담고 싶었던
눈물 속에도
그 모습이 흐려지지 않았던
또 다른 나.
기다리고
또 기다려
만났어도
그게 내 꿈인 줄
모르고
두 손 가로 저으며
스쳐가도록
내버려두었던
어리석음.
이 모든
답답함을
깊은 눈으로
지켜만 보고 있는
한 걸음
내 앞에 선
빛바랜 초상화.
이른 아침
현관 앞에 놓인
신발 두 짝.
아직 마르지 않은 우산 하나.
나를 재촉하듯
재잘거리는
탁상시계 초침 소리.
잠이 덜 깬
반쯤 감은 눈.
사진처럼
멈춰진 시간
현관문을 열 때
안기는 차가운 바람.
이런 게 사랑...
이런 게 뒤늦은 사랑...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