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르히아이스 Sep 06. 2019

당신을 만난 후 알게 된 것



당신을 만난 후에야


눈물이 

눈에서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에게서 나서

나를 휘돌아 거쳐

나의 후회에 고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을 만난 후에야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 단단해 보이던

내 믿는 구석은

바닷물에 서서히

깎여나가 


이제는 

그 누군가가 

아니라고 해도


저절로 문을 열어줄 만큼

변해버렸습니다.


믿는 한 영원할 거라고

생각한 것이

어리석은 착각일 뿐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을 만난 후에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나를 설명하는 일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나의 마음은

나의 손짓은


나의 눈빛은


모두 당신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 십 분의 일도

알아채지 못하겠죠.


나의 걸음은


나의 숨소리

나의 향기는


당신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당신을 만난 후에야

진짜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기분 좋은 웃음이

어울리고


세상에 

더도 덜도 말고

그만큼만 원하고


죽어도 악한은

되지 못하지만


그만큼 속으로는

더 많이 아팠던

나는 

당신의 곁에서

행복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의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때부터 

나는 불안했습니다.


좋지 않은 소식들이 나를 어지럽히고


끝내 

내가 알 수 없었던 부분이

나를 욕되게 만들어버렸지요.


내가 알던 것도 진실이 아니었고

내가 보았던

믿고 싶었던

그 하나의 눈물마저도

나로 인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신의 진심을 알고 나서야


당신의 진짜 모습을 알고 나서야


당신의 눈물 색을 알고 나서야


가야 할 길을 알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내일 나는 

아침에 일어나

앞선 몇 해와는 다른 

새로운 하루를 맞겠지요.


당신의 진심을 알고 나서야


새 옷을 입는 듯 

까칠한 느낌과 함께

정신을 차리고


거울에 비친 야윈 내가 측은해

토닥이며 위로를 전하고는


짐을 챙겨 길을 떠납니다.


당신의 눈물 색을 알고 나서야


모두 속으로 삭혀야 한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혼자 중얼거리며 

막혀버린 가슴을 두드리겠지요.


당신을 만난 후에야


당신이 없게 된 후에야


당신을 먼지 속에 묻은 후에야


나는 내 자리를 털고 일어납니다.


일어나 언덕의 저 아래로 뻗은

누군가 기다리는 

버스정류장을 향해 갑니다.


어디로 떠날까?

어디서 내릴까?


내 빈자리가 없는 것처럼

나의 들어갈 자리도 

처음부터 존재하지는 않겠지요.


아무것도 없는 곳 위에

나를 다시 시작할 거예요.


그곳에서 나의

지워지지 않는

또 하나의 인생을 

살아가렵니다.


당신을

알고

그 모든 것이

종결된 지금에야

기억은 마음에 새겨지는 게

아니라


존재하는 마음 모두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전 04화 열병의 시작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