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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Sep 22. 2019

사랑이 하고 싶을 때

 

사람들은 왜

사랑이라는 걸 할까.


때로는 혼자 있는 게

이리도 편하고 좋은데.


내 생각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항상 확신을 줄 만큼

준비돼있지 않아도 되는데.


먼 옛날에 

나에게 사랑을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거절했다.


두려움은 아니었지만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 싫었다.


나의 존재를 먼저 볼 수 없는

사람이 아니면

나 역시 그의 존재를 볼 수가 없었다.


그로부터 훨씬 더 지나

사랑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믿었다.


아낌없이 

다 쏟아부으면 

먼 훗날에 남을 후회의 씨앗조차

남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내 안에 더 해줄 것이

하나도 남지 않을 때까지

주고 싶었다.


그것이 즐거움이었다.


그런 중에

나는 안정의 길을 버리고


경로를 이탈한

우주선처럼

방향을 잃은 채로

불안정하게 내 닿았다.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좀 돌아왔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더 나은 방법이었다.


사랑을 먼저 이룰 수도 있었지만

그게 더 나은 선택이었다.


그 선택으로 인해 나는

알 수 없는 미로 속으로

빠져들었다.


넘어지고

깨지고


때로는 방향을 잃고

헤매었다.


앞에 무엇이 있는지

심지어

내가 있는 자리가

안전한지 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럴 때가 있다.


선택해야 했고


그래서 더 멀리 돌아가야 할 때가.


그게 나 혼자 밖에는

보이지 않는 길이고

나밖에는 이해할 수 없는

답이라고 해도


걸어가야 할 때가 있다.


눈물이 땅 위에

떨어지고


뜨거워진 눈동자에

다시 눈물이

흘렀다.


내 앞길도 알 수가 없는데

누가 사랑인지는 

더더욱 알 수 없었다.


미로가 끝나갈 즈음에 

비로소 

잘 되었다는 마음이 들었다.


걷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길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나의 모습을 

스스로 지켜봐야 했다.


그래서 이렇게 

아픔과 기쁨을 동시에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살다 보면


사랑이 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것은

외로울 때가 아니다.


누군가 만나고 싶을 때는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싶을 때.


그 해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났을 때다.


그 해답이 지금

당신 앞에서 웃음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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