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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Sep 08. 2019

열병의 시작


두근거린다.


가슴을 두드리고

심호흡을 해도

멈춰지지 않고


밖으로 튀어나올 듯이

속에서 뜨겁게 

솟구친다.


주체할 수 없이

숨이 차고

허기지다.


두렵다.


내 것인지.


내가 받아도 

되는 것인지.


나의 이야기를 들어줬다.


나의 일상에 관심을 가져주었다.


나의 진심이 무엇인지 

나조차도 분명하지 않은데

설명할 틈도 없이 

꿰뚫어 보고는 


일방적으로 

따뜻한 손을 내게 주었다.


내가 얼마나 아팠는지


얼마나 외로웠는지


얼마나 많이

기다렸는지


그는 잘 알고 있는 듯이


훈훈하게

웃으며


거칠게 딱지 앉은

상처의 중심부를

어루만져 주었다.


잃지 않고

이대로


마지막 따위는

무한정

연기시킬 수 있을까?


달콤함을 맛보지 못해도

지금 설레이는 이대로

놓치지 않고 

따뜻한 그 손만큼은 

내가 가질 수 있을까?


행복할수록 두려워진다.


이만큼 나의

시린 곳을 따뜻하게 메워주던

존재가 없어지면

나는 견딜 수 있을까?


나만을 향한 빛은 

항상 그대로 일까?


내가 그렇게 완벽하지 못해도?


잃고 나면 

또 


후회하는 듯


헤어나는 듯

시 한 줄을 쓰겠지.


하지만

너무도 소중하기만 한

감정은 어떻게

다시 찾아야 할지 알 수가 없고


용기는 더더욱 사그러 들겠지.


아침이면 찾아오는

두려움은 내내 

입가와

귓가에 머물겠지.


시작되었다.


점점 더 커져가는

두근거림


가슴을 때리는 것 같은

박동 소리.


나에게만 들리는 

이 커다란 몸부림.


동시에 

잃어버릴까 두려운

너무 오랜만에

너무 또렷하게

찾아온

온기(溫氣).


겁이 나게

멀고 긴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열병이 찾아온

그날에 

잊어버린 손님을 

다시 맞은 듯

반가이 그를 나에게로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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