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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Sep 25. 2019

She said.


그 말이 생각난다.


“나는 어떡해?”


그 말뜻이 무엇인지 그땐 몰랐다.


이 말도 기억난다.


“행복해.”


다시 못 들을 말인 줄 그땐 몰랐다.


또 이 말도 기억난다.


“그만하자.”


그렇게 끝나버리는 말인지 

그래도 나는 계속되어가는 말인지 

그땐 몰랐다.


그리고 이 말이 기억난다.


“잘 지낼 수 있지?”


저는 잘 지낼 수 있다는 얘기인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가장 잘 아는 네가

정말 몰라서 묻는 것인지


적선하듯 동전 하나를 던지는 것인지


내 눈동자 아래가 무겁게 떨리고 있는 것을

진정 보지 못하는 것인지

그땐 몰랐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말


“너 먼저 가.”


모든 것이 끝나버린 나의

무너져가는 모습을 유유히 지켜보던 말던


여태껏 본 적 없는 불쌍하기 그지없는

한때의 사람이 기억 속에서 걸어 나가는

과정을 관찰하던 말던


멍청하게 아직도 이게 아픔의 시작인지

그토록 소중한 것이 짓뭉개져가는 것인지

오늘 밤 잠을 잘 수 없을 거라는 얘기인지


알지 못하고


그것도 알지 못하고


단지 들이치는 비가 차가웠고

뒤돌아보지 않아야 한다고만 

되뇌이던 그때의 나는 


그녀의 말을 

끝까지 이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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