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잊는 것부터
그 많은 추억을
그저
지난날 있었던 일로
되돌려 생각하기란
내게는 참 어려운 일입니다.
당신이 날 잊듯이
그리 빨리 모든 것을
지우기란 쉽지 않고
당신이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듯이
혼자 힘으로 서기도
내게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운 그 많은 날에
하나 하나 존재하던
나를 지우고
같이 먹던 통닭 속에도
담겨있던 당신의 모습을 지워도
아직도 내게는 버리고 지워야 할 것이
너무 많이 남아있습니다.
선물했던 꽃에 담겨있던
설레임의 기억과
밤새워 쓰던 편지 속에 담겨있는
넘치는 감정까지
사랑이란 말처럼 달콤했던
온종일 걸려 만든 초콜릿.
그 작은 단편들이
내 몸 구석구석
머릿속 깊숙한 곳에
박혀
지우기도
잊기도
그리고 다른 기억을
담기도 내게는 어려운 일입니다.
당신이 너무 행복하다는 걸
알 때마다
내 기억이 보잘것없다고
충고를 받습니다.
하지만 그 추억 안에는
나의 초콜릿 안에는
바래진 편지 안에는
당신의 모습만 아니라
행복했던 내 모습마저
담겨있기에
당신이 그리도 쉽게
모든 것을
끝내고
또 잊어도
나 역시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기억이 파편이 되어
눈물이라는
흔적을 남길 때
당신은 이제껏
아무 일 없던
사람처럼 똑같은 꽃과 초콜릿을
누군가에게 선물하겠지요.
그 꽃에 담긴 눈물은 모른 체
아파하는 이 사람의 기억은 잊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