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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Oct 03. 2018

어려운 문제


당신을 잊는 것부터

그 많은 추억을

그저 

지난날 있었던 일로 

되돌려 생각하기란

내게는 참 어려운 일입니다.


당신이 날 잊듯이

그리 빨리 모든 것을

지우기란 쉽지 않고


당신이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듯이

혼자 힘으로 서기도

내게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운 그 많은 날에

하나 하나 존재하던

나를 지우고


같이 먹던 통닭 속에도

담겨있던 당신의 모습을 지워도


아직도 내게는 버리고 지워야 할 것이

너무 많이 남아있습니다.


선물했던 꽃에 담겨있던

설레임의 기억과


밤새워 쓰던 편지 속에 담겨있는

넘치는 감정까지


사랑이란 말처럼 달콤했던

온종일 걸려 만든 초콜릿.


그 작은 단편들이

내 몸 구석구석

머릿속 깊숙한 곳에

박혀 

지우기도

잊기도


그리고 다른 기억을

담기도 내게는 어려운 일입니다.


당신이 너무 행복하다는 걸

알 때마다 

내 기억이 보잘것없다고

충고를 받습니다.


하지만 그 추억 안에는


나의 초콜릿 안에는


바래진 편지 안에는


당신의 모습만 아니라

행복했던 내 모습마저 

담겨있기에


당신이 그리도 쉽게 

모든 것을

끝내고

또 잊어도

나 역시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기억이 파편이 되어

눈물이라는

흔적을 남길 때


당신은 이제껏 

아무 일 없던

사람처럼 똑같은 꽃과 초콜릿을

누군가에게 선물하겠지요.


그 꽃에 담긴 눈물은 모른 체

아파하는 이 사람의 기억은 잊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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