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다고
얘기했을 때
이미 나는 너의
앞에 서있고
세상으로부터
불결한 모든 것으로부터
지키려
몸을 던지고 있었다.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이미
나는
빠져들고 있었고
너보다 먼저
너를 기다렸다.
연인이라
불렀을 때
이미
나의 세계관 속 정점을
너에게 빼앗기고
가치관의 기준을 너에게
두고 있었다.
행복하다고
말했을 때
이미
나의 가슴도
전에 없이 활짝
너를 향해 열려있었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는 듯
어떠한 의심도
불길한 예감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한 사람만을 위해
뻗어있었다.
푸르러 오는 상큼한 봄
열정으로 가득 찬 그 여름
차분함을 일깨워주는 가을
체온만으로 따뜻한 겨울
그만
끝이라고 말했을 때
이미
나의 세계는
너를 정점으로 무너지고
불길 위에 놓인
위태로운
젊음의 날에
살아가야 할
이유와
살아왔던 이유를
잃어버렸다.
이제는 내가
무섭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나도 남지 않게
지울 수 있고
다시 돌아볼 이유조차
잊어버릴 수 있는
너의 무관심이 무섭다.
너의 결심이 무섭다.
너의 그
변하지 않는
새 마음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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