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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Mar 29. 2019

남자가 사랑할 때

when a man loves a woman


남자는 

그녀를 사랑했습니다.


하나도

남지 않을 만큼

그의 가진 전부를 주었습니다.


어떠한 대비도 없이

마음의 가장 여린

그 부분까지

그녀를 향해 열어주었습니다.


세상에 

그보다 더 귀한

보물은 없었습니다.


환한 미소

반짝이는 눈빛

소탈한 차림새까지


남들은 보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그는 볼 수 있었습니다.


남자는

그녀를 지켜주고 싶었습니다.


세상의 더러운

먼지들로부터


지겹게 달려드는

하루살이 떼로부터


그래서 가장 약한

부분을 그녀에게 향하고 

세상으로부터

방패가 되었습니다.


밤이 새어도

그녀를 바라보는 동안은

지겹지 않았습니다.


밥을 먹지 않아도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은

배고프지 않았습니다.


태워버렸습니다.


그의 마음 모두


그가 가진 것 모두를

그녀를 위해 태워버렸습니다.


그렇게 만든 따스함이 

조금이라도 그녀를

긴 밤의 으슥함으로부터

지켜주길 바라며


머릿속에 온통 가득 찬

그녀를 향한 생각을

땔감 삼아

다 태워버렸습니다.


그런데도

남자는 

혼자 남았습니다.


모든 것을 다 태워버린 채

더 이상 벗어날 수 있는 

힘조차 남아있지 않은 그 모습으로


그녀가 밀어버린 

이 깊은 늪의

한가운데로 

빠져들었습니다.


그녀는 

그를 사랑한 적이 없었습니다.


왜 그런데도

한결같이

한 사람을 향한

열정을


그저 어리석은

도박이라고 믿으면서도

그만두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그녀의 태도와 달리

남자는 진지했습니다.


모든 것과 바꿔 그녀에게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사랑 아닌 

헌신이라고 

기억되더라도


남자는 

모두 다 던져 

행복을 

그 손에

잡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녀는

알고 있었까요?


이렇게

발도 닿지 않아

깊게 빠져드는 늪 속에서도

남자는 

마지막 숨결조차

당신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

허비한다는 것을.


남자가

사랑할 때

눈물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은

그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은 때문만은

아닙니다.


깊게 파인

상처를 안아도

후회하지 않을

단 한 번의 

만남을 위해


한 번만으로도

너무 감격스러운 그 

벅차오르는

행복을 위해

던질 수 있는 것이


눈물 아닌

다른 것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 타올라

희미한 연기와

퀴퀴한 냄새만을

남기고


그녀의 기억에서

깨끗이 사라지는 마지막 순간


또 

남자는 

눈물을 보이겠지요.


남자가 

사랑할 때


그때

당신은


그가 주는 꽃보다는


그가 씌워주는 분홍 모자보다는


그의 눈물을 보아주세요.


보이지 않을 때 

더 뜨거운 그 눈물을.


당신의 향기가 나는 그 눈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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