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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Oct 10. 2018

무섭다는 말

무섭다고

얘기했을 때 

이미 나는 너의 

앞에 서있고 


세상으로부터


불결한 모든 것으로부터

지키려

몸을 던지고 있었다.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이미 

나는

빠져들고 있었고


너보다 먼저

너를 기다렸다.


연인이라

불렀을 때

이미


나의 세계관 속 정점을

너에게 빼앗기고

가치관의 기준을 너에게

두고 있었다.


행복하다고 

말했을 때

이미

나의 가슴도 


전에 없이 활짝

너를 향해 열려있었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는 듯

어떠한 의심도

불길한 예감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한 사람만을 위해

뻗어있었다.


푸르러 오는 상큼한 봄

열정으로 가득 찬 그 여름

차분함을 일깨워주는 가을

체온만으로 따뜻한 겨울


그만

끝이라고 말했을 때

이미 

나의 세계는

너를 정점으로 무너지고


불길 위에 놓인

위태로운 

젊음의 날에 

살아가야 할

이유와 

살아왔던 이유를 

잃어버렸다.


이제는 내가

무섭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나도 남지 않게

지울 수 있고

다시 돌아볼 이유조차

잊어버릴 수 있는


너의 무관심이 무섭다.


너의 결심이 무섭다.


너의 그

변하지 않는

새 마음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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