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결심하게 했던 이유가 사라지면

그동안 사람을 만날 때 외모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지만 결혼에 대해선 달랐다. 일찌감치 유전자의 한계를 깨달은 나는 2세에게 원망 듣지 않기 위해 배우자만큼은 외적 조건을 따지기로 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을 사로잡으려면 일단 예뻐야 하는 법. 때문에 불가능할 뻔했지만 어찌어찌 만난 중에 가장 적합한 사람과 결혼을 했다.

남편은 내가 착할 줄 알고 결혼을 결심했단다. 도믿남녀들에게 인기 많은 이유와 같은 듯하다. 그러나 착해 보인다는 말을 만만하다고 이해하는 나는 어릴 적부터 그 선입견에 반항하듯 성깔을 키워왔고 내 본모습을 제대로 확인 안 한 남편은 눈꼬리만 처진 독기로 똘똘 뭉친 여자를 아내로 맞이했다.

결혼 후 남편은 토실토실해지며 외모나 이미지가 달라졌고 나의 성격은 변하지 않음으로써 남편을 당황케 했다. 우리가 서로를 배우자로 삼았던 이유는 결혼하고 나서 사라졌다. (사실 나는 남편의 지금 외모가 더 좋다(라고 밑밥을 깐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서로의 반려자임에 변함이 없다. 이제는 결혼 전에 몰랐던 그의 가치관이나 책임감 같은 것들이 부부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살아가면서 사람은 변하게 마련이고 혼인 유지의 이유 또한 얼마든 변할 수 있다. 결혼뿐이겠는가.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에 맞춰 우리는 살아내야 하는 이유를 계속해서 찾아내야 하지 않은가. 다시 결혼 얘기로 돌아와 내 경우엔 더 좋은 이유를 찾게 되어 다행이고 그런 점에서 남편에게 고맙다. 남편도 어서 괜찮은 이유를 찾아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