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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JHEY Oct 30. 2022

형아

아기 웃는 소리가 들리면 형아는 그 모습을 놓칠세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달려온다. 구경하는 형아의 표정은 거의 자기가 낳은 아이를 보는 엄마의 얼굴이다. 형아는 아기의 웃음을 더 보고 싶어 직접 웃겨보기로 했다.


처음엔 배와 겨드랑이를 공략하는 일차원적인 방법을 택했지만 5살의 손가락은 그리 섬세하지 못해 실패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다. 다음은 슬랩스틱이다. 반응이 왔다. 관객이 어깨까지 들썩거리며 웃자 형아는 그 자리에서 수십 번을 더 넘어졌다. 매일 밤, 보는 이보다 하는 이가 더 신난 쇼가 펼쳐졌지만 며칠째 똑같은 레퍼토리에 아기는 그만 흥미를 잃어버렸다. 형아는 낙담했다. 그 표정을 보고, 웃어야 할 아기는 안 웃고 눈치 없는 엄마가 웃고 있어 더 속이 상한다. 이번엔 까꿍 놀이다. 아기라면 안 웃고는 배길 수 없을 것이다. 아기 뒤에 숨었다가 까꿍! 이불속에 숨었다가 까꿍! 침대 밑에 숨었다가 까꿍! 땀이 뻘뻘 나지만 역시 대성공이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20번쯤 하고 나니 이번에도 아기의 웃음이 그라데이션으로 잦아든다.


밀당을 모르는 우리 집 코미디언은 오늘도 새로운 웃길 거리를 고민하며 사냥감을 노리는 매의 눈초리로 아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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