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성일 Dec 20. 2020

안녕, 우리들의 반려동물

: 펫로스 이야기

안녕, 우리들의 반려동물
 : 펫로스 이야기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
여덟 가지 이야기
8/5
어제는 네 번째, 오늘은 다섯 번째 이야기

.

.

.

"나는 해 주던 것을 더 해주고,

해 주지 못했던 것을 해 주면 된다고 말한다."

.

.

.


"다섯 번째, 버킷리스트를 준비하세요."


나의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있었지만,

아직 하지 못한 게 있다면 실현 가능한 것부터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이유는 단순하다.

더 잘해 주지 못했다는 후회를 덜 남기기 위해서다.

 

산책을 좋아하는 강아지라면 조금 시간을 내어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매일 여기저기 발자국을 남겼던 동네 산책 코스를

벗어나 생소하고 낯설지만 처음 맡아보는 공기와

분위기야말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보호자와

반려동물의 선물로 제격이지 않을까?!


고양이 수니의 마지막을 준비해 왔던 보호자는

그동안 쓰지 못한 연차를 몰아내고 며칠 동안

집 안에서 수니와 붙어 지냈다고 한다. 집에 와서는

잠만 자고 다시 출근했던 지난 몇 년 동안 수니를

방치해 놓은 것 같아서, 그게 너무 미안해서

 더 늦기 전에 휴가를 냈다고 했다.


그리고,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생산적인 활동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수니와 붙어 지낸 게 열흘이었다.


혼자 지낸 시간이 길어 처음 며칠은 오히려

수니가 귀찮아했지만 금세 애교 많던 아기 때처럼

보호자의 ‘껌딱지’가 되어 주었다고 한다. 보호자는

열흘이 너무 짧아서 후회된 것 말고는, 모든 것이

그렇게나 좋을 수 있을까 싶었다고 한다.

마치 이렇게만 지내면 이제 수명을 거의 다 한 것

같았던 수니도 왠지 더 오래오래 살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마음속에서 믿음처럼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며칠 후,

수니는 보호자가 집 밖에 나가지 않았던

어느 일요일, 조용히 깊은 잠이 들었다고 했다.

수니 보호자는 먹먹했지만 담백한 슬픔이었다고

슬픔을 표현했다. 그렇게 수니와 함께 지낸 시간이

 정말 소중하고 필요했던 순간이었다고 회상한다.


호스피스 단계로 접어든 반려동물은 각별하다.

푸들 마스에게 더 이상의 치료는 무의미하다는

병원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보호자는 마스를

집으로 데려왔다고 한다. 사실 생사가 갈리는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였다.

병원에 입원해 있던 한 달 동안 마스는 매일 힘들게

약물이 투여되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내

보호자의 마음도 몹시 불편했다고 한다.


그렇게, 마스를 집으로 데려온 날부터 약물 급여를

중단하고 평소에 좋아했던 음식을 준비해 주었다

한다. 사료나 간식보다 더 좋아했던, 삶은 고구마나

닭가슴살, 삶은 달걀처럼 조금씩 떼어 맛보게 했던

것들이었다. 사람 음식이라 먹이면 안 되었지만,

평소 음식 냄새가 나면 마스는 먹고 싶다며 엄청

졸랐는데, 그때마다 “안 돼!”라고 강하게 말했던

기억이 마음에서 잘 가시지 않고 있었다고 한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마스가 하고 싶어 했던 것을

허락해도 좋은 순간이 이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했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마스는 병원에서의

불안하고 힘든 모습과 달리 그렇게 집 안에서

평온한 시간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병원에서  말해 준 “얼마 안 남았다”는 날은

3개월간의  평온한 나날이 흐른 어느 날...

찾아왔었 너무나도 편안하게 아이의

마지막을 지켰다고 보호자는 말했다.





"여섯 번째, 장례식장에 대한 정보도 미리 알아보세요."

.

.

.

(내일, 이야기~)





「안녕, 우리들의 반려동물 : 펫로스 이야기」 중에서


http://brunch.co.kr/publish/book/3402


이전 18화 안녕, 우리들의 반려동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