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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리영 Oct 10. 2024

내 아이의 머리에 전기가 흐른다.

그 첫 모습을 보던 날, 나는 지옥 앞에 서 있었다.

잘 먹지 못하는 둘째 아이를 안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벌써 몇 년째 나는 뼈만 남은 듯 마른 아이의 몸무게를  늘리기 위해 내 하루의 시간을 갈아 넣고 있다.  여전히 치우지 못하고 쌓여 있는 우유병들이 내가 애쓴 시간들의 흔적들이다. 아이는 좀처럼 먹지 못했다. 그날도 그렇게 오후 6시가 되도록 나는 아이를 안고 한 방울이라도 더 먹여보고 싶은 마음에 분유를 먹이고 있었다.

 

 큰 아이는 엄마의 관심이 아픈 동생에게 간 사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 들도 엄마를 찾는다. 자신의 존재를 엄마에게서 여전히 있는지 확인하는 아이의  몸부림이다. 엄마는 이미 지칠 대로 지쳤다. 그래서 큰 아이에게 고운 말을 해줄 마음의 여유도 몸의 기운도 남지 않았다.


 "제발... 네가 알아서 해봐... 엄마 지금 동생 우유 먹이잖아.. "라고 말하며 큰아이를 달래다 계속되는 큰 아이의 보챔에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제발!!! 네가!!!! 알아서 하고!! 엄마 좀 그만 부르라고!!!"


그 순간 둘째 아이의 몸이 바르르 떨려온다. 눈동자는 하얗게 뒤집히고 입은 뒤틀어져서 씰룩거린다. 아이는 팔다리가 꺾인 채로 틀어진 모양이 되어 빳빳하게 굳어버렸다. 그리고 몸의 모든 부분이 엇갈린 소리를 낸다.  아이는 숨을 쉬지 못하는 거 같았고 입술은 점점 파래져간다.


나는 순간 이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단지 아이가 지금 숨을 쉬기가 어렵고 사냐 죽느냐의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라 말할 수 없는 절규가 나온다. 아.. 제발.. 왜 이러는 거야.. 아가야... 숨을 쉬어봐....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 깨달아졌다.  그리고 바르르 떠는 손으로 119를 눌렀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기 00 아파트.... 그러니까.... 아이가 이상해요.. 숨을 못 쉬고 있어요... 아이가 몸이 뒤틀리고 눈을 이상하게 뜨고 있어요... 아이가 이상해요.. 큰일 난 거 같아요!!... 도와주세요... "


어디냐고 물어보는 소방대원의 물음에 나는 우리 집의 몇 동이고 몇 호인지 쉽게 말하지 못할 만큼 당황하고 두려움에 쌓인 시간이었다.


"그러니까.. 저희 집... 어... 203동이요.. 아 제발.. 도와주세요.. 아이가 이상해요... 빨리 와주세요..."


5분 내로 출동한 구급차를 타고 아이는 응급실로 실려갔고 급하게 신경안정제를 맞고서야 깊은 잠이 들었다. 의사는 더 큰 대학병원에 가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급하게 회사에서 나온 남편과 함께 잠든 아이를 데리고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서는 아이를 검사하기 시작했고 아이의 머리에 이상 전기가 흐르는 뇌전증일 거라고 말했다. 의사는 아이가 또 그럴 수 있으니 다시 병원에 와서 정밀검사를 받으라고 권했다. 어린아이들 경우 열이 나거나 몸이 아플 때 열경기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 아이는 열이 없었고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다.


내가 갑자기 큰 소리를 질러서 그러나... 아니면 내가 뭘 잘 못 먹인 걸까? 태어나면서 아이가 가진 약함에서 온 것일까? 약 기운에 깊이 잠든 아이를 안고 나는 이유를 생각하며  다시 집에 돌아왔다.

 

 잠깐 그러고 마는 한바탕 에피소드이길 바랐다.


아이들이 크다 보면 보이는 연약함이길... 오늘 본 아이의 모습은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 아이의 의식이 어딘가로 떠나버린 모습, 온몸에 전기가 흘러서 아이가 바르바르 죽음을 향해 떠는 모습과 같은 몸의 이상반응들, 갑자기 숨이 멈춰 버릴 거 같은 아이의 숨 막혀하는 순간들 , 안 그래도 뼈밖에 남지 않는 아이의 몸이 더 굳어버린 것 같았다.


 그 고통의 시간을 겪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나는  아이를 안고 끌려가듯 지옥의 바로 앞에 버려진 기분이었다. 내 아이를 마치 그곳에 보내야 하는 그러나 나는 데려올 수 없는 형벌이 내려진 상황... 나는 또다시 마음이 찢어져 내리는 거 같았다. 도대체 내 아이의 약함은 어디까지일까.. 나에겐 왜 이런 일이 또.... 생기는 것일까......  막막함을 넘어선 질문이 내 안에 쌓였지만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너무나 슬프게도 그리고 잔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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