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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리영 Oct 07. 2024

아이의 9번 염색체가 이상하다고요?

아이를 임신했을 때 같이 임신한 지인이

그냥 지나가는 말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어렸을 때 우리 집 앞 집에 3남매를 키우는 아줌마가 있었는데... 둘째가 나랑 나이가 같은데 또래보다 느리게 행동했고 특수학교를 다녔어요. 처음에는 느리게 크나보다 했는데 염색체 질환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 염색체문제는 고쳐지지 않는 병이구나 생각했죠. 그래서 난 우리 애가 아프다 하더라도 염색체 질환만 아니면 다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집은 돈이 많아서 가난한 우리 집보다 넉넉하게 사는 거 같아서 부러웠는데 그 집 아줌마는 늘 나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봤어요. 내가 좀 말은 안 듣는 거 같아도 일반적인 아이들처럼 크는 나를 보면서 내 아이도 저렇게 자라면 좋겠다는 눈빛이었어요.  뭔가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슬픔을 가지고 있다고 해야 하려나? 아직도 그 아줌마가 나를 쳐다보던 눈빛이 안 잊어져요. 우리 애도 건강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그 눈빛이요...  그래서 내가 임신해 보니 그때 기억이 생각나면서  내 아이는 절대로 염색체 질환이면 안된다라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우리 꼭 건강한 아이 낳아요! 알았죠?


 그때 그 이야기를 듣고 뱃속에 있는 내 아이가 아플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냥 그 사람의 어릴 적 경험을 듣는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고 보니 또래에 비해서 느리게 자랐고 잘 먹지 못했다.  다른 아이들보다 자주 아팠고 타고난 선천적인 기형이 늘 아이를 괴롭혔다. 기형만의 문제이길 바랐는데 유전자 검사를 해보니 아이는 9번 염색체 단완 중복이라는 염색체 질환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영어로 된 염색체 이상에 대한 설명서 같은 것을 수십 장 뽑아주면서 집에 가서 구글로 번역해서 읽어보라고 했다. 하나하나 찾아 읽어보니 아이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과 비슷했다.  잘 먹지 못하는 것 , 귀가 낮게 위치하고 있는 것 , 눈과 눈 사이가 거리가 먼 것 , 오랜 시간 잘 먹지 못하는 수유의 문제 등등 비슷한 게 많았다.


 치료약은 없지만 언어치료나 인지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느리게 자라고 있고 앞으로 느리게 자랄 아이라는 결과를 듣게 된 우리는 아이를 데리고  사는 곳 근처에 있는 발달치료센터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다시 한번 아이의 성장이 너무 느리다는 결과를 들어야 했다.


임신 막달에 기형이라는 말을 들은 이후 2번째 충격이었다. 문제 하나를 받아들이고 어느 정도 삶에서 수용할 만하다 싶을 때 새로운 문제가 예고도 없이 우리에게 찾아왔다.


"이건 몰랐지? 이것도 너희의 문제야. 쉽게 지나갈 거라 생각한 거야? 그럴 순 없지... 이 문제도 네가 이겨낼 수 있을지 궁금하네? "


내 아이가 고칠 수 없는 염색체 질환이라니...

평생 느리게 커야 한다니... 그러면서 임신을 했을 때 지인이 한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나에게도 그런 눈빛이 생기겠구나.. 누군가의 아이를 바라보며 내 아이도 저렇게 건강하게 자라면 좋겠구나라는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갖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갖게 되겠구나.  그러면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마음의 아픔이 쌓이겠구나.. 아이를 키우며 점점 늘어날 내 걱정이 문제만큼이나 해결하기 어렵게 느껴졌다.


나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울 때 잠시 멈춰서 생각하곤 했다. 이건 내가 할 수 없구나 그리고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에 우선 집중했다.


'아 나 지금 당황스러움을 넘어서 슬프구나. 그리고 막막하구나 그래 이럴 때는 우선 울고 싶은 만큼 울어보자. 그리고 내 아이와 비슷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어떻게 아이를 키워나갔는지 알아보자.' 


 알고 싶었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아이를 키우는 것인지 그리고 그들에게 내가 가진 문제를 그들의 삶의 이야기로 위로받고 싶었다.  인터넷 여기저기를 다 검색해 봐도 없었다.  다들 어디에 숨어버렸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위로받지도 못했고 어떻게 키워나가야 하는 문제인지 미리 알 수도 없었다.




10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건강한 다른 아이들이 부러울만큼의 여유가 없었다. 연약한 딸이 하루를 잘 보내는데 집중하느라 나는 다른 삶을 쳐다보거나 비교할 틈이 없었다. 그리고 내 마음이 무너져내리지 않고 단단함이 생기도록 주저앉더라도 다시 일어나는 연습을 해야했다.



그렇게 힘든지 몰랐어.
그리고 티가 난 적이 없었어.

얼마나 힘든지 다른 사람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씩씩했잖아.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보다
더 잘 웃고 늘 밝았잖아.

그래서 가까이에서 지켜봤지만
힘들어한다는 걸 느낄 수 없었어.

어떻게 그런 거야? 힘들었을 거 아냐.

근데 어떻게 그렇게 잘 이겨낸 거야?  



내가 살고 있는 삶의 테두리에서 가장 가까이 만나는 지인들의 나에게 하는 이야기였다.


긍정적인 사람이라서 그러나?

원래 잘 웃어서 그런 거 아냐? 


그들의 물음에 나도 정확한 답은 모르겠다.

 

우연히 성경을 읽다 한 말씀이 나에게 위로를 주었던 게 큰 거 같다.  

내가 약한 데서 온전해질 거라는 말씀이 모순적이면서도 나에게 힘이 되었다.

나의 여러 약한 것들을 통해서 예수님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는 것이 고난을 받아들이게 했던 거 같다.

그리고 이 또한 나에게 족한 은혜라는 마음이 들었다. 이상하게 받아들일 수 없음이 나를 위로했고 받아들여졌다.  


또 다른 마음으로는 나의 고난이 주는 슬픔을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싶지 않은 마음도 컸던 거 같다. 그들이 살아가는 평범한 삶에서  그들만의 행복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에 슬픔이 그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이 싫어서 내마음을 터놓지 않았다. 나의 슬픔과 고난이 사실은 그때 그랬다고 말할 있을 만큼  스스로 이겨내고 마음이 단단해졌을 때  이야기 하고 싶었다.처음부터 모든 상황이 다 받아진 것은 아니다. 고통스러운 여러 상황이 다양한 일들로 나에게 마주했을 때에  알게 된 특별한 의미들이 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게 된 것이다.


그동안의 이야기들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기를 바라면서...슬픔은 누군가에게 고통이 될까 봐 나누지 못했지만 내가 이겨낸 힘은 용기가 될 거라 믿으며 나누고 싶다.

루아보배♡ 작지만 소중한 나의 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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