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모 없이 빵을 만들었다고? 호기심유발 빵.
빵을 사러 집을 나섰다. 오늘은 U반을 타고 꽤 멀리 다녀올까 한다. 그래봐야 다섯 정거장 정도?
오늘의 목적지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마다 5일장 같은 장이 서는 곳이다.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이지만 있을 것은 다 있다. 나선길에 싱싱한 로컬 채소도 구입하고, 고구마도 구입한다. 한국과 가장 유사한 고구마를 구입할 수 있다.
처음 독일에 와서 무턱대고 구글지도에 플리마켓으로 검색을 해서 찾은 곳이다. 맨땅에 헤딩하듯 찾은 곳이라 나에게는 더 소중한 장소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니 심심치 않게 자주 가는 것 같다. 고구마와 채소가 이유이기도 하지만 꽤 근시한 개인 빵집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의외로 독일도 개인 빵집보다는 프랜차이즈, 일반 마트(REWE, Lidl 등등)의 빵집들이 훨씬 많다. 그래서 개인 빵집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작은 가게에 들어서면 벽에 빵을 진열한 선반이 보인다. 점원과 짧은 인사를 한 후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여 관찰하고 빵을 골랐다.
오늘 선택한 빵은 네 가지 곡물 빵(vierkornbrot)이다.
친환경적으로 비닐이나 비닐이 붙은 종이봉투에 넣어주지 않고, 전용 종이로 곱게 싸서 주는 빵을 받고는 묵직하다 생각했다. 과장을 좀 보태서 벽돌 같은?
집에 와서 빵집에서 챙겨 온 브로셔를 살펴보는데, "Ohne Hefe"라는 표기가 있는 것이다.
다른 표기는 계란이나 우유 없고 100% 통곡물이고. 뭐 이런 표기인데. Ohne Hefe라니...!
즉, 효모(이스트)를 넣지 않은 빵이라고?
그렇다. 효모. 영어로는 이스트(yeast)라고 불리는 Hefe를 넣지 않은 빵이다.
그렇다고 그냥 밀가루 반죽을 구운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효모(Hefe, Saccharomyces cerevisiae) 대신 다른 방법으로 발효시켜(예: 사워도우/천연발효종, Backferment) 구운 빵인 것이다.
따라서 “효모가 전혀 없는 빵”이라기보다 공장에서 만든 제빵용 이스트를 첨가하지 않은 빵이라는 의미가 더 정확하겠다.
독일에서 가장 대표적인 빵 발효원인 Sauerteig (사워도우, 천연 발효종)는 호밀빵(Roggenbrot)에는 거의 필수적이다. 밀가루 + 물을 며칠 동안 발효시켜 자연적으로 생긴 젖산균과 야생효모가 빵을 부풀린다. 발효력이 다소 약해(상업적인 효모에 비해) 신맛이 강한 빵이 만들어진다.
또 다른 발효원으로는 독일에서 개발되었다고 알려진 천연 발효제 Backferment (백퍼멘트)이다.
꿀, 콩가루, 옥수수가루 등을 이용해 발효균을 배양한다고 하는데, 이 발효원은 효모가 아니라 젖산균과 다른 미생물들이 발효에 기여한다고 한다. 특히 유기농 빵집(Bioladen, Demeter, Bioland 인증 빵집 등)에서 많이 사용한다. 위의 사진(맨 오른쪽)에서 보면 “mit Backferment”라고 적혀 있다. 즉, Backferment를 넣은 빵이라는 뜻이다.
독일에서 이스트 무첨가 빵은 특수하지만 낯설지 않은 선택지인 것 같다. 물론 한국도 그렇겠지만. 그럼에도 한국보다는 훨씬 대중적인 것은 사실이다.
결국은 천연 발효종을 이용하여 발효시키고 굽는 빵이다. 따라서 개인의 소화력이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분명히 있을 텐데. 왜냐하면 Ohne Hefe, Mit Backferment 빵은 되게 묵직하다. 이 말은 가벼운 느낌의 밀가루보다는 통곡물 같은 것의 함량이 높고, 수분을 많이 머금고 있어서 빵 조직이 빡빡하다는 뜻이다.
한 조각 먹으면 든든하다. 에너지바를 먹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인지 아침식사로 이 빵 한 조각이면 충분하다. 한 덩어리를 1주일 먹었다. 먹다 지치면 냉동실에 넣었다 또 어느 날 가벼운 빵이 질릴 때면 꺼내 먹는다.
묵직한 빵을 한입 베어 꼭꼭 씹어 먹으며 다음번 빵집을 물색해 본다.
자꾸 매번 먹어본 빵만 사는 것 같은데? 빵 취향을 바꿔봐야겠다.